[시론/김진수]‘소나기 복지’ 통폐합하자

  • 입력 2009년 2월 26일 02시 57분


현 정부가 능동적 복지를 내놓으면서 기본 근간이 되는 정책 방향은 효율성과 낭비적 요소의 제거였다. 그래서 사회복지에서 기초생계 부정수급자를 제거하고 장애인복지 등 비효율적 사업을 과감하게 정리하는 정책을 반영하고자 노력하기도 하였다. 결과는 오히려 엉뚱하게 나타나고 있다. 서울 양천구 장애인 보조금 횡령사건, 부산 기초생계비 착복사건을 비롯해 복지 관련 사건이 연이어 발생했다. 새 정부가 출범한 지 1년이 되도록 사회복지 전달체계나 심지어 사회복지통합전산망조차도 구축하지 못했다.

예산 3배 늘렸지만 효율은 낮아

또 경제위기 상황에서 응급처방이기는 하지만 사회복지에 추가되는 재정이 올해에만 최소 10조 원으로 사회복지 재정이 60% 이상 늘어 역대 정부에서 가장 높은 증가 수준을 기록할 것이다. 이러다 보면 이명박 정부는 과거 정부보다 복지예산은 3배나 늘리고 복지 효율성은 해결조차 못하는 사회복지 비효율 정부로 평가될지 모른다. 이러한 상황은 현 정부 차원의 일이 아니다. 오히려 국내 사회복지의 현주소라고 하는 지적이 타당할 것이다. 역사적으로 볼 때 복지 관련 재정에서 예산 삭감은 사실상 거의 불가능하다. 더구나 경제위기 속에서 복지재정이 증가되는 현상은 어느 정부에서도 예외일 수 없다.

국민은 늘어난 복지예산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활용하는지를 주목한다. 결과에 따라 사회복지에 대한 국민적 태도가 결정되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정부에 대한 신뢰 여부를 판단하며, 이에 따라 정부의 경제위기 극복에 국민의 동참 여부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문제는 사회복지재정의 효율적 활용이 사실은 단순히 정부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는 데 있다. 사회복지 전달체계의 효율성은 어느 시점에 정부가 선언한다고 해서 되는 일이 아니라 훨씬 더 근본적인 문제이다. 기초생계 부정수급자 발생은 소득 파악이 미비한 정보 인프라 부족에 기인한다. 사회복지 담당공무원이 복지예산을 횡령하고 착복하는 일은 복지행정의 투명성이 확보되지 못해서 벌어진다. 더구나 사회복지제도 규정이 소외되고 취약한 계층을 배려하지 않는데 담당공무원의 무책임한 태도만을 탓할 수는 없다.

경제위기라면서 여러 부처의 민생대책이 갑자기 소나기 내리듯 마구잡이로 던져지는 버릇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과거에도 그래 왔고 그때만 넘기면 씻은 듯이 잊히는 일이 반복되어 왔다. 이러한 만연된 문제는 현장의 말단 공무원에서부터 고위 공무원 모두 다 아는 사실이고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 부족한 정보 인프라와 불투명한 행정체계, 부족한 정부의 책임감 그리고 수그러지지 않는 부처이기주의가 복지 비효율의 근원이다. 장기적 관점에서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정보인프라-행정체계 정비를

사회복지 대책 전체를 조화시키고 상호 연계하기 위해서는 종합점검체계와 통제기구의 구축이 필수적이다. 이를 통해 정책 통합과 부처이기주의 극복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또 난립되고 분산된 여러 서비스 대책을 과감하게 통폐합하고 간소화해야 한다. 사회복지를 주는 자와 받는 자가 무엇을 주고받을지 알아야 전달이 가능하다.

사회복지는 역사적으로 위기에 피어나는 꽃과 같다. 선진국은 전쟁을 치르면서 사회복지 철학을 찾았고, 경제위기 속에서 성숙하고 발전하는 기회를 마련했다. 우리는 지금 경제위기 속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비효율로 묶여 있는 사회복지체제를 제대로 점검하고 해결할 기회로 삼아야 한다. 엉킨 실타래 중에서 풀어야 할 것은 풀지만 안 되는 것은 과감하게 잘라버려야 한다. 선진국은 그냥 되지 않는다. 위기 속에서 발전할 줄 알아야 선진국이 된다.

김진수 연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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