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복지예산 공무원 착복과 누수, 양천구청뿐인가

  • 입력 2009년 2월 19일 02시 58분


서울 양천구청 8급 기능직 공무원이 장애인에게 지급되는 보조금을 부풀리는 수법으로 26억 원을 빼돌린 사실이 드러났다. 그는 이 돈으로 시가 1억 원이 넘는 벤츠승용차를 몰며 호화생활을 했다. 주변에서 공무원 신분과 맞지 않는 생활수준을 의심하자 “처갓집이 부자다” “아내가 로또에 당첨됐다”고 둘러댔다. 그런데도 양천구청은 3년 반 동안이나 등잔 밑에서 이런 부정이 저질러지고 있는 줄도 몰랐다. 복지예산이 새는 곳이 어디 서울 양천구뿐이겠는가.

2009년도 정부예산 284조 원 가운데 복지예산은 74조7000억 원으로 26.3%에 이른다. 기초노령연금 제도의 도입으로 전년도보다 10.4% 증액된 규모다. 양천구 사례에서 보듯이 공무원의 농간이나 부정수급으로 상당 규모가 샐 수 있다. 경제가 어려울수록 사회적 취약계층을 위한 사회안전망이 튼튼해야 한다. 복지 전달체계의 모세혈관 격인 구청 공무원이 이런 식으로 농간을 부리면 아무리 예산을 늘린들 그 돈이 당사자들에게 제대로 돌아갈 리 없다.

허술한 관리감독체계에 1차적 책임이 있다. 상급자들은 지급명세를 일일이 확인하지 않고 총액만 보고 결재했다. 이 공무원은 장애인들에게 실제 지급되는 수당은 손대지 않고 총액만 부풀려 신청했기 때문에 장애인들의 항의도 없었다고 한다.

장애인 복지수당을 비롯한 사회복지예산은 대상자 자격심사와 선정을 모두 시군구가 담당한다. 따라서 공무원의 보조금 착복이 다른 시군구에서도 일어날 소지가 있다. 무자격자가 가짜서류를 꾸며 보조금을 타는 사례도 여전하다. 일부 지역에선 담당 공무원들이 마치 제 돈이라도 주는 듯 수혜 대상자들에게 고압적인 태도를 보여 말이 많다.

사회복지비용보다 복지 전달체계의 거래비용이 더 커지는 것은 정부실패의 전형이다. 정부는 이제라도 복지예산 지급실태를 전면 재점검해 누수를 막고, 관리의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 허술하게 관리하면서 예산을 늘리려고만 하기보다 빈틈없이 관리하는 쪽에 더 신경을 써야 세금 내는 국민이 덜 억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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