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훌륭한 리더의 잘못된 의사결정 원인과 해결책은

  • 입력 2009년 2월 14일 02시 58분


욕심-애착-잘못된 기억 올바른 의사결정 발목 잡는다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미국 뉴올리언스 주를 강타했던 2005년 8월, 미 국토안보지휘센터의 백전노장 매슈 브로더릭 준장은 엄청난 실수를 저질렀다.

뉴올리언스 제방에 균열이 생겼다는 정보를 이미 파악했지만 상부에 별 문제가 없을 것 같다고 보고한 후 퇴근해버린 것.

이 보고로 인해 미 행정부가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않았고 결국 제방이 무너져 막대한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잘못된 의사결정은 이처럼 재앙의 원인이 된다.

충분한 정보를 가진 똑똑하고 책임감 강한 사람들이 의사결정 과정에서 어이없는 실수를 저지르는 이유는 무엇일까.

영국 애슈리지 전략경영센터의 앤드루 캠벌 이사 등은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 최신호(2월호)에 실은 논문을 통해 이기심과 감정적 애착, 잘못된 기억 등이 그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또 맥킨지의 레니 다이 컨설턴트 등은 충분한 토론과 내부 역량에 대한 객관적 평가 등이 이뤄져야 올바른 의사결정을 할 수 있다는 설문조사 결과를 맥킨지 쿼털리(The Mckinsey Quarterly)에 발표했다. 동아비즈니스리뷰(DBR) 27호(2월 15일자)에 실린 두 논문의 핵심 내용을 간추린다.》

경륜도 틀릴 수 있다는 것 인정

새로운 정보 통해 다각도 검토를

반대의견-수요 제대로 파악해야

실수없이 좋은 의사결정 가능해

○ 잘못된 의사결정의 원인

앤드루 캠벌 이사 연구팀은 훌륭한 리더가 잘못된 의사결정을 내리는 이유로 세 가지를 제시했다. 첫 번째 이유는 ‘부적절한 사리사욕’이다. 연구팀은 의사처럼 환자를 잘 치료하겠다는 선의를 가진 전문가들도 때로는 개인적 욕심 때문에 잘못된 의사결정을 내린다고 밝혔다.

잘못된 의사결정을 하게 되는 두 번째 이유로는 ‘애착’이 꼽혔다. 간혹 경영자들은 자신이 몸담아온 사업부의 매각을 꺼리곤 한다. 이는 특정 인물이나 장소, 물건 등에 대한 애착이 합리적 판단을 가로막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세 번째 이유는 ‘과거의 기억’이다. 과거 허리케인 대처 과정에서 탁월한 리더십을 보여 왔던 브로더릭 준장은 초기 보고 내용이 결과적으로 잘못된 것으로 판명된 사례를 수차례 목격했다. 이 과정에서 그는 자연스럽게 ‘확실한 진실’을 파악할 때까지 판단을 유보하는 성향을 갖게 됐다.

결국 그는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상륙한 후 12시간 동안 뉴올리언스의 제방이 위험하다는 보고를 무려 17차례나 받았지만 확증이 없다며 상부에 잘못된 보고를 하고 말았다. 당시 제방 붕괴 위험이 없을 것이란 보고는 단 두 개에 불과했다. 하지만 그는 초기 보고의 신빙성을 의심했던 과거 관행에 빠져 큰 실수를 저질렀다.

이 연구팀은 “브로더릭 준장은 이전까지 허리케인이 닥쳤을 때 침착하게 잘 대처했지만 안타깝게도 해수면보다 지면이 낮은 뉴올리언스 같은 지역의 특성을 제대로 알지 못해 참사가 발생했다”고 분석했다.

○ 체계적 시스템 구축 필요

이 연구팀은 기업의 간부들이 잘못된 결정을 내리지 않기 위한 실질적인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구팀은 우선 새로운 정보와 분석을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를 들어 한 최고경영자(CEO)가 실적이 부진한 특정 사업부서에 대해 과도한 애착을 갖고 있다면, 해당 사업부의 매각으로 인한 수익이 얼마인지에 대한 정보를 제공해 다양한 시각을 갖도록 유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연구팀은 또 새로운 토론 과정을 만들라고 조언했다. 만약 CEO가 잘못된 판단을 내릴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되면 고위 임원들이 실질적으로 토론을 할 수 있는 ‘운영위원회’ 같은 기구를 만들어 광범위하게 정보를 입수하고 활발한 토론을 벌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최종 의사결정 과정에서 다른 부서나 조직의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도 필요하다. 일례로 운영위원회가 의사결정을 하기 전에 회사 원로들이 참여하는 감사위원회의 승인을 받도록 하는 게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이 연구팀은 강조했다. 동료 직원들이 상대방의 아이디어에 대해 문제점을 지적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도 도움이 된다.

이 연구팀은 “많은 리더가 자신의 직관적 판단이 잘못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이를 체계적으로 막기 위한 시스템을 구축한 기업은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고 비판했다. 또 “과거 기억이나 의사결정권자의 애착 등으로 인해 잘못된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있다면 경영자의 경륜에만 의존하지 말고 체계적인 안전장치를 적극적으로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내부역량 객관적 평가가 핵심

글로벌 컨설팅사 맥킨지는 성공적 의사결정의 조건을 파악하기 위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조사 결과, 만족스러운 의사결정을 한 경영진은 △수요 및 경쟁사의 반응 예측 △자체 실행 역량에 대한 객관적 평가 △구체적 의사 결정을 위한 최적의 평가 방법론 수립 등에서 강점을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또 좋은 의사결정을 한 경영진은 △상반되는 증거 발굴하기 △의사 결정권자의 정보 공유 △반대의견 허용 등에서도 높은 점수를 받았다. 이들은 특히 재무 및 전략적 목표를 균형 있게 고려해 의사결정을 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의사결정 결과가 만족스럽지 않았던 기업의 응답자들은 시장의 수요를 제대로 예측하지 못했으며 당초 계획과 상반되는 증거를 적극 발굴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맥킨지의 레니 다이 컨설턴트는 “올바른 의사결정을 하는 기업들은 대부분 내부 실행 역량에 대해 정확한 평가를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스스로의 역량을 과대평가할 경우 잘못된 의사결정을 내릴 확률이 훨씬 높아진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의사 결정 과정에서 개인의 선호도가 반영되는 사례가 많기 때문에 시장 예측 기법이나 집단 지성을 활용하는 방법을 적극 도입해 의사결정의 질을 높이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남국 기자 march@donga.com

- 훌륭한 리더도 가끔 판단이 흐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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