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안충영]‘외국인 M&A’에 열린 마음 갖자

  • 입력 2009년 2월 10일 02시 59분


2005년 부실투성이 쌍용자동차를 5900억 원에 인수한 중국 상하이차(SAIC)에 대해 기술유출과 함께 ‘먹튀’ 논란이 일고 있다. 중국 상하이차가 인수 당시 약속한 추가 투자 불이행도 또 하나의 이유로 거론된다. 우리는 기업 인수합병(M&A)에 대해 글로벌 경제 시대에 걸맞은 인식과 시각을 지닐 필요가 있다.

지난 10년간 국경 간 투자자유화는 M&A가 연평균 66%에 근접할 만큼 글로벌시대의 조류가 되고 있다. 그러나 같은 기간 한국의 M&A형 외국인직접투자(FDI)가 전체 FDI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4%에 불과했다. 국내 기업을 외국인이 인수해 경영권을 장악하면 결국 국부와 기술을 유출하고 만다는 대단히 부정적 시각을 우리는 아직도 지니고 있다. 우리 기업들이 해외에서 M&A를 통해 해외생산 네트워크를 만들고 글로벌 경영을 하는 것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 일반적으로 M&A의 목적은 기업을 인수한 뒤 기업 가치를 높여 매각하거나 지속적 경영으로 이익을 내는 데 있다. 그 과정에서 인수 기업이 세계화 전략과 기술혁신에 피인수 기업을 적극 활용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다.

쌍용자동차는 지난 한 해 동안 내수와 수출 합계가 8만2000여 대로 전년보다 34% 감소하는 등 극심한 판매부진 속에 3분기까지 1083억 원의 적자를 냈다. 디자인 경쟁력 저하, 독자기술 부재 이외에 더욱 결정적인 몰락 원인은 인수 후 노조와 극심한 갈등 속에 구조조정을 제때에 하지 못하다가 이번에 도래한 세계 경제위기에 결정타를 맞은 것이다.

11년 전 아시아 금융위기가 발생했을 때 국가부도를 막기 위해 한국은 적극적 FDI 유치정책으로 선회했다. 또다시 위기에 처한 우리 경제에 FDI 유치는 경제의 활로를 열어주는 결정적 돌파구다. 하지만 2007년 우리 기업이 해외에 직접 투자한 금액은 289억 달러인 데 비해 외국 기업이 우리나라에 직접 투자한 금액은 도착 기준으로 78억 달러에 불과할 만큼 불균형 상태가 심각하다. 외국 투자가들은 한국의 강성노조, 고임금, 높은 지가, 복잡한 규제 때문에 여건이 더 좋은 중국과 동남아 등으로 방향을 돌리고 있다.

필자는 중국의 기술 수준에 경외감을 느낀다. 중국은 유인탐사선이 지구 궤도를 선회하고 무사 귀환시킬 정도의 우주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미국 주요 이공계 대학에서 연간 박사학위 취득자를 한국보다 네 배나 더 많이 배출할 만큼 기술 인해전술을 쓰고 있다. 우리나라 대중국 수출 비중은 홍콩을 포함하면 30%에 육박한다. 한중 경제관계는 이제 순치관계로 볼 만큼 상호의존이 깊어 가고 있다. 과거 마늘파동 때처럼 상호 간에 불필요한 무역과 투자 마찰이 일어나지 않도록 사전관리도 대단히 중요하게 됐다.

이명박 정부는 21세기 선진 무역·투자국가를 지향하고 있다. 이제 ‘먹튀’를 넘어서서 개방경제에 대해 열린 자세를 정립하는 것이 필요하다. 부도 위기에 처한 국내 기업을 인수한 외국인 투자가가 고용승계를 하고 계속기업으로 살려놓으면 우리는 오히려 고마움을 표시해야 한다. 그동안 세계 언론의 단골 메뉴가 되었던 론스타 사태가 법적 결말을 보는 동안 우리는 많은 수업료를 냈고 한국의 외국인 투자환경에 대해 얼마나 부정적 이미지를 스스로 만들어 왔던가. 이와 같은 반외자 정서를 지니고 있는 이상 우리는 FDI 친화 환경을 조성할 수 없다. 기술 유출의 위험이 있으면 우리의 제도를 정비해 M&A 대상 기업으로 처음부터 내놓지 말아야 한다. 세계적 공급사슬 현상과 국경 간 생산분화 현상에 우리는 더욱 적극적으로 M&A를 활용하고 수용하는 발상의 일대 전환을 해야 한다.

안충영 KOTRA 외국인투자 옴부즈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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