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미디어 그룹을 가다]<6>타임워너

  • 입력 2009년 2월 10일 02시 59분


글로벌 다각화 전략의 선두, 타임워너

M&A 138차례… 콘텐츠 영토 넓혀 ‘미디어 공룡’ 우뚝

《세계의 경제 중심지라는 미국 뉴욕 맨해튼의 명물 센트럴파크 서남쪽 모퉁이에는 브로드웨이와 센트럴파크 남쪽 길 등이 만나는 원형 광장 콜럼버스 서클. 이 콜럼버스 서클의 절반 정도를 차지하는 높이 220여 m의 쌍둥이 빌딩이 있다. 맨해튼의 새로운 명소로 떠오르고 있는 타임워너센터다. 패션 전문점, 고급 식당가, 호텔, 사무실 등 다양한 점포가 들어서 있는 이 빌딩은 맨해튼에서도 매일 가장 많은 사람이 찾는 건물 중 하나다.》

방송 잡지 영화 인터넷 전화 등 매체 망라

해외 사업 적극 진출… 그룹매출 25% 차지

“웹시대에도 콘텐츠가 왕” 동영상 개발 총력

우리에게 잘 알려진 주간지 ‘타임’, CNN 뉴스, 워너브러더스 영화사를 한 지붕 아래 두고 있어 인쇄와 방송 매체 융합의 상징처럼 여겨지는 타임워너가 이 같은 복합시설에 입주해 있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타임워너는 콘텐츠의 생산과 유통, 판매망까지 소유하는 수직 계열화된 글로벌 미디어 커뮤니케이션 복합 기업이다.

○ 세계 미디어 시장 ‘빅3’ 비결은 다각화

타임워너의 성장은 138회에 이르는 인수합병(M&A)을 통한 콘텐츠 다각화가 밑바탕이 됐다.

타임워너는 1989년 주간지 ‘타임’ ‘포천’ ‘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 등 38종의 잡지를 발행하던 타임출판사와 케이블채널 ‘HBO’, 영화제작사 ‘워너브러더스’ ‘워너 뮤직’ 등을 보유한 워너커뮤니케이션스의 합병으로 출발했다. 1995년 세계 최초로 24시간 뉴스를 시작한 CNN의 터너 방송국을 인수하며 종합 미디어그룹으로 도약했다.

2001년에는 ‘컴퓨서브’ ‘넷스케이프’ ‘맵퀘스트’ ‘디지털시티’ 등을 보유한 세계 최대 인터넷 서비스 공급업체 아메리카온라인(AOL)을 인수하며 뉴미디어에서도 공룡 그룹으로 성장했다.

타임워너는 이 같은 M&A를 통한 수익 다각화로 20년 만에 뉴스코퍼레이션, 디즈니와 함께 세계 미디어 그룹 ‘빅3’로 인정받게 됐다.

2008년 현재 타임워너는 △인터넷 접속 서비스 등을 제공하는 AOL △미국 내 1100만 가입자(미국 내 2위)에 케이블 방송+인터넷+전화 서비스를 제공하는 타임워너케이블 △워너브러더스, 뉴라인시네마 등의 영화제작사 △HBO, CNN, TNT 등을 갖춘 터너브로드캐스팅 방송사 △타임, 포천, 피플 등 인쇄매체를 비롯해 5개 부문으로 구성되었다.

타임워너의 2007년 연간보고서에 따르면 그룹의 가장 큰 매출은 케이블 부문으로 159억5500만 달러를 벌어들었으며, 타임워너의 모태인 ‘타임’지를 발행하는 타임 인코퍼레이션(Inc.)의 매출액은 49억5500만 달러로 그룹 내 최하위로 나타났다. 이는 타임워너의 다각화 전략이 자리 잡고 있다는 사실을 가리킨다.

다각화는 통신 분야로도 이어지고 있다. 타임워너케이블은 최근 미국 이동통신 사업자인 스프린트넥스텔과 와이맥스 기반의 네트워크 구축으로 이동통신 분야 진출을 위해 합작법인을 설립했다. 볼티모어 지역에서 상용 서비스를 시작했으며 2010년까지 1억4000만 가입자를 커버하는 전국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 세계로 시장 다각화

타임워너는 거대 미디어 그룹 중에서도 가장 활발하게 해외로 진출한 미디어 그룹으로 꼽힌다.

타임워너의 마이클 델 닌 해외·기업전략담당 수석부사장은 동아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타임워너 그룹 전체 매출의 4분의 1 정도가 해외사업에서 창출되고 있다”며 “타임워너의 사업 전략에서 해외사업은 미래 수익원 창출을 위해 가장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130여 개의 잡지를 발간하는 타임 인코퍼레이션은 미국과 영국에서 가장 규모가 큰 잡지사이며 멕시코에서는 세 번째로 규모가 크다. 홍콩에 본부를 둔 타임 아시아는 1946년 출판하기 시작해 110만 명의 독자를 보유하고 있다. 호주와 뉴질랜드를 담당하는 타임 사우스퍼시픽도 50만 명의 독자를 갖고 있다.

방송 계열인 터너브로드캐스팅은 CNN과 카툰네트워크(CN)의 해외 진출이 활발하다.

또 타임워너는 최근 아랍에미리트의 아부다비 부동산 개발기업인 알다르사와 공동으로 5억 달러를 투자하는 아부다비 미디어를 세워 아랍어로 만들어진 영화와 TV 프로그램, 비디오 게임 등을 제작할 예정이다.

○ 웹 미디어 시대에도 콘텐츠는 왕

앤디 버드 전 터너브로드캐스팅시스템 인터내셔널 사장은 지난해 한국을 찾았을 때 “대부분의 시청자는 과학기술에는 관심이 적으며 그 기술에서 나온 흡인력 있는 콘텐츠에 관심이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델 닌 수석부사장은 “타임워너는 케이블 비즈니스를 그룹에서 분리·독립하는 작업을 진행해 왔으며 조만간 마무리될 것”이라며 “타임워너케이블의 분리를 계기로 타임워너 그룹은 독창적이고 수준 높은 콘텐츠 개발에 더욱 주력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동안 타임워너는 새로운 뉴플랫폼 개발보다 콘텐츠 확보에 주력하는 행보를 보였다.

워너브러더스는 웹 최대의 동영상 콘텐츠 제공업체로 올라서기 위해 ‘스튜디오 21’ ‘짐 헨슨 코퍼레이션’ 등 24개의 웹 프로덕션을 설립했다. 타임워너는 이러한 웹 미디어 콘텐츠들을 주스트를 비롯한 각종 동영상 포털을 통해 방영할 예정이다.

워너브러더스는 최근 보유 중인 캐릭터들을 총망라한 가상 온라인 세계를 구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올봄 오픈 예정인 이 웹사이트는 현재 티웍스(T-Works)로 명명됐다. 이 사이트에서는 해나 바베라와 루니튠스 만화도 방영될 예정이다.



뉴욕=신치영 특파원 higgledy@donga.com

유성운 기자 polaris@donga.com

“TV든 인터넷 중계든 최적 전달수단 찾아라”

외부플랫폼 적극 활용

■ 타임워너의 ‘매체’ 실험

CNN은 1월 21일 열린 미국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취임식을 TV 외에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인 ‘페이스북’을 통해 생중계했다. 이 중계는 130만 명이 봤으며, 누리꾼들이 취임식을 보면서 실시간으로 의견을 사이트에 올리는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을 구현했다.

타임워너의 계열사들은 언제 어디서나 자신의 콘텐츠를 가장 편리한 방식으로 제공하기 위해 외부의 플랫폼도 가리지 않고 활용한다.

2005년 7월 타임워너의 AOL은 피츠버그, 런던, 파리, 로마, 베를린, 토론토 등 세계 주요 도시에서 진행된 ‘라이브 8’이라는 음악 콘서트 실황을 인터넷으로 미국 전역에 생중계했다. 당시 인터넷을 통해 이를 본 시청자는 약 500만 명이었다.

이 사건은 미국의 미디어 업계가 웹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플랫폼에 대한 인식을 바꾼 도화선이 됐다. 터너 브로드캐스팅은 2006년부터 애플 아이튠스를 통해 CNN 뉴스와 ‘조니 브라보’ ‘아쿠아 틴 헝거 포스’ 등 카툰 네트워크의 만화 콘텐츠를 유통하고 있다.

타임워너는 또 워너브러더스와 터너브로드캐스팅을 통해 인터넷 동영상 사이트인 주스트(Joost)에 콘텐츠를 공급해 유튜브의 약진에 대응하고 있다.

2008년 4월 터임워너 케이블은 컴캐스트, 콕스 커뮤니케이션 등 미국 주요 케이블사와 함께 ‘카누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카누 프로젝트는 가입자 정보를 활용해 맞춤 광고를 제공해 효과를 극대화하고, 지역 시장 내에서 독자적인 인프라로 판매해 오던 광고에서 벗어나 전국 규모의 공동 광고 플랫폼을 개발해 경쟁력을 높이자는 취지다.

마이클 델 닌 부사장은 “타임워너가 만드는 콘텐츠를 제공할 플랫폼 사업자와의 협력을 더욱 강화해 나갈 계획”이라며 “다만 타임워너가 새로운 플랫폼을 인수합병(M&A)하는 방안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유성운 기자 polari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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