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勞使民政비상대책회의, 會議만 춤춰선 안 된다

  • 입력 2009년 2월 4일 03시 01분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노사민정(勞使民政) 비상대책회의가 어제 발족했다. 기존 노사정위원회 대표에다 약자 계층을 대변할 사회 각계 대표 및 원로가 참여하는 비상대책회의는 5차례 실무회의와 대표자회의를 가진 뒤 이달 말경 대타협 선언을 할 계획이다. 사회 각계가 대화와 타협을 통해 고통을 분담한다면 경제에 미치는 긍정적 효과가 매우 클 것이다.

그러나 한국노총과 함께 노동계의 양대 산맥인 민주노총이 “정부와 재계의 뜻대로 진행될 것이 분명하다”며 발족식에 불참해 대타협의 의미가 반감됐다. 민노총이 이날 별도의 기자회견을 통해 ‘고용안정특별법 제정과 비정규직을 포함한 총고용 유지’라는 무리한 요구를 한 것만 봐도 애초부터 고통 분담의 의지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비상대책회의가 소기의 성과를 거두려면 무엇보다 글로벌 경제위기 속에서 우리 경제에 닥쳐온 파장을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 수출에 고장이 나면 우리 경제는 중병에 걸린다. 내수마저 부진한 상황에서 수출실적이 지난달 32.8%나 격감해 타격이 크다. 조선 자동차 반도체 철강 등 주요 품목의 수출이 일제히 감소하는 바람에 수출 비중이 큰 기업들은 생산을 감축하지 않으면 안 될 처지에 놓였다.

특히 수출이 반 토막 난 자동차 회사들은 생산 감축을 넘어 대규모 구조조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런 형편에도 아랑곳없이 근무시간은 줄이되 보수는 그대로 유지하는 주간 2교대제를 주장하면서 파업 운운하는 현대차 노조는 딴 세상에 사는 듯하다. 쌍용차 노조도 ‘해고 불가(不可)’만을 외치고 있다. 이런 노조를 상대로 고통 분담과 일자리 나누기를 논의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나 싶다. 대한민국호가 경제위기의 폭풍우에 휘말려 난파하면 민노총은 어디 가서 노조를 만들고 어디 가서 노동운동을 할지 궁금하다.

비상대책회의는 기업들에 적극적인 투자를 통해 일자리를 늘리도록 권유해야 한다. 기득권 노조가 양보하고 기업들이 과감히 투자해야만 비정규직과 자영업자들도 숨을 돌릴 수 있다. 비상대책회의의 구성원들이 ‘좋은 게 좋다’는 식의 합의나 한다면 안 하느니만 못하다. ‘춤추는 회의’ 대신 알맹이 있는 액션플랜을 내놓고 행동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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