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허진석]‘미래로 장학금’ 신청미달 이유를 찾아라

  • 입력 2009년 2월 3일 02시 58분


교육과학기술부가 지난해부터 대학생 기초생활수급자에게 지원하는 ‘미래로 계속 장학금’이 있다. 지난달 30일 신청을 마감했는데 3만4868명이 서류를 냈다. 교과부가 한 학기 수혜 인원으로 예상한 수는 5만2000명이었다.

성적 미달 때문에 학기당 3000∼4000명의 결격자가 발생한 걸 감안하면 실제 수혜자는 3만 명을 겨우 넘길 것 같다.

교과부는 작년에도 약 1만9000명에게 장학금 지급 계획을 세웠으나 1학기에는 목표 대비 60.6%, 2학기에는 58.2%밖에 지급하지 못해 2009년도 예산안 심의 때 국회 지적을 받았다. 700억 원의 예산 중 111억 원은 결국 장학금으로 활용되지 못하고 국고에 귀속됐다.

교과부는 장학금 지급률이 떨어지는 이유로 ‘홍보 부족’을 든다. 사업을 시작한 지 1년여밖에 안 됐기 때문에 기초생활수급자들에게 알릴 시간이 적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교과부는 지난해 11월 지방자치단체를 통해 기초생활수급자의 각 가정으로 장학금 안내문 발송을 마쳤다. 대학도 문자메시지와 전화 등으로 학생들에게 알렸다.

이번 학기 신청자는 작년 평균 1만5000여 명에 비하면 2배가량 늘어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는 수혜 대상자가 작년 1, 2학년에서 올해 전 학년(이른바 5, 6학년도 포함)으로 확대된 데 따른 결과일 뿐이다.

정부는 작년 실적을 바탕으로 한 꼼꼼한 예측 없이 예산을 늘렸다. 올해 2223억 원으로 작년에 비해 3배 이상이다. 경기침체에 대비한 예산 확보 필요성은 인정한다 해도 사실상 세 학기째 수혜자가 ‘정체’를 보인다면 정교한 정책 집행을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

그러나 교과부는 “어차피 경기가 나빠지면 수혜자는 더 늘어날 것”이라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신청자가 예상보다 적은 이유가 혹시 이미 다른 장학금을 받고 있기 때문이 아닌지, 반대로 다른 경제적인 이유로 아예 학업 자체를 포기하는 학생이 많아서 그런 것이 아닌지 제대로 점검해야 한다. 대학생 기초생활수급자 지원이라는 뜻이 좋다고 예산을 주먹구구로 편성·집행해도 괜찮은 건 아니다.

올해는 그 어느 해보다 예산을 적소(適所)에, 그리고 한 줄 한 줄 밑줄을 그어가며 효과적으로 써야 할 해다. 써야 할 곳도 한두 곳이 아니다. 정확한 예측도 없는 ‘천수답’식 정책집행으로 또 얼마가 그냥 국고에서 ‘노는 돈’이 될지 모르겠다.

허진석 교육생활부 james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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