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경찰 ‘부실 수사’가 연쇄 살인 키우지 않았나

  • 입력 2009년 1월 31일 03시 00분


경기 군포 20대 여성 납치 살해범 강호순이 2006년 12월부터 2년 동안 경기 서남부 일대에서 실종된 부녀자 7명을 살해한 뒤 암매장했다고 어제 자백했다. 2004년 연쇄 살인범 유영철의 끔찍한 기억을 되살리는 사건이다. 피해자들은 대부분 저항 능력이 없는 여성이었다. 노래방 도우미로 일하며 힘겹게 살아가는 서민도 세 명이나 됐다. 이런 여성들을 납치해 돈을 빼앗고 욕보이고 살해 암매장한 행위는 인면수심(人面獸心)의 범죄다.

지난해 12월 9일 발생한 실종 사건의 범인을 과학적 수사 방법으로 한 달여 만에 검거하고 6건의 미제 실종 사건까지 해결한 경찰의 노고는 칭찬받을 일이다. 그러나 지난 2년 동안 연쇄 살인 사건을 해결하지 못해 피해자가 늘었다는 점에 대해서는 경찰의 깊은 자성이 있어야 한다.

특히 2005년 범인의 아내와 장모가 숨진 화재 사건에 대한 수사가 제대로 이뤄진 것 같지 않다. 경찰이 화재 사건을 제대로 수사하지 않아 오래전에 범인을 잡을 기회를 놓쳤다면 결국 부실 수사가 연쇄 살인을 방조한 것이나 다름없다.

범인은 화재 발생 직전에 2건의 보험에 가입했고 화재 5일 전에 갑자기 혼인신고를 한 점으로 볼 때 보험금을 노린 방화 사건이라는 의심이 짙게 든다. 그는 2005년 화재 사건으로 보험금 4억8000만 원을 받은 것을 포함해 1999년 이후 지금까지 화재와 교통사고 등으로 모두 6억6000만 원의 보험금을 받아냈다. 이 무렵 강호순이 자신과 가족 명의로 가입한 보험이 모두 30여 건에 이르는데도 경찰이 왜 이런 부분에 대한 수사에 소홀했는지 원인을 규명하고 책임을 따져야 한다.

이런 흉악범의 얼굴을 끝까지 가려주는 경찰청 훈령을 이해할 수가 없다. 그 전까지는 모자와 마스크를 씌워 얼굴을 완전히 가려주다 이번에는 마스크를 벗겼지만 얼굴을 못 알아보기는 마찬가지다. 강호순의 얼굴을 공개하면 제보가 이어져 그동안 밝혀지지 않은 사건의 실마리를 찾을 수도 있다. 그의 초상권(肖像權)이 흉악범으로부터 선량한 시민을 보호하고 사회의 안전을 지키는 것보다 중요하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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