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김용기]지방은행 BIS비율 완화를

  • 입력 2009년 1월 17일 02시 58분


은행의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지난해 11월 이명박 대통령이 “BIS 비율같이 불경기 때 은행이 대출을 줄이게 만드는 제도는 개선을 검토해야 한다”고 언급한 이래 은행에서 실물 쪽으로 돈이 흐르는 것을 막는 요인으로 BIS 비율이 지목되고 있다. BIS 비율은 경기가 좋을 때는 대출자산의 위험도가 줄어 대출여력을 오히려 늘리게 하고, 정작 대출이 필요한 경기후퇴기에는 기존 대출의 위험도가 증가하여 여신을 줄이는 이른바 경기확장의 문제점이 지적되어 왔다.

대통령의 언급에 대해 금융위원장은 은행이 연말까지 BIS 비율을 12% 이상 수준으로 높임으로써 대출 여력을 늘려야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BIS 비율은 국제기준이기 때문에 한국만 독단적으로 낮출 수는 없고 필요하면 국제기구를 통해 논의해야 한다는 게 금융위원장의 설명이었다. 한국은행 등의 도움으로 은행의 BIS 비율이 뚜렷하게 높아졌는데도 대출을 기피하는 현상이 계속되자 최근에는 금융감독원장이 나서 BIS 비율은 10% 이상이면 충분하다며 대출을 독려하고 있다. 그렇다면 BIS 권고 비율을 12%에서 10%로 낮추는 일 이외에 BIS 비율을 국내 차원에서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가?

BIS가 권고한 자기자본비율은 최소 8% 이상이다. 각국은 제도를 운용하면서 10%나 12%를 권장하고 있다. BIS 비율은 국제영업을 하는 은행의 건전성 지표로 세계 공통으로 사용되므로 한국이 독단적으로 최소비율을 낮추기 어려운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한국의 BIS 비율 운용은 다른 나라와 비교해 과한 점이 적지 않아 개선의 여지가 있다.

무엇보다 부산 대구 광주 제주 전북 경남은행 등 6개 지방은행에 BIS 비율을 적용해야 하는 이유를 찾기 어렵다. BIS 비율은 국제영업을 하는 은행의 자기자본비율을 규정한 수치인데 이들 지방은행은 2007년 말 현재 단 하나의 해외지점이나 법인도 갖고 있지 않다. 일본은 국제은행을 해외사무소가 있는 은행으로 규정하고 이들 국제은행에만 BIS 비율 8% 준수를 요구한다. 나머지 은행은 국내은행으로 분류하여 BIS 비율 4%를 적용한다. 일본 금융청 고시 19호의 내용이다. 이에 따라 2007년 말 현재 일본 전체 124개 은행 중 14개 은행만이 국제은행으로 분류되어 BIS 비율 8%를 준수하고 나머지 110개 은행은 BIS 비율 4%를 준수한다.

일본의 은행은 우리나라 시중은행에 해당하는 도시은행과 지방은행으로 크게 구분되는데 심지어 도시은행 6개 중에서도 3개 은행은 해외지점을 갖지 않아 국내은행으로 분류된다. 100개가 넘는 일본 지방은행의 상당수는 100개 이상의 지점을 보유해 한국의 지방은행보다 그 규모가 훨씬 크다. 일본 국내은행은 2007년 말 현재 은행의 사정에 따라 6∼13%의 다양한 BIS 비율 편차를 보이고 있다.

미국계 펀드가 인수한 일본의 신세이, 아오조라은행 또한 국내은행으로 분류된다. 외국계가 인수한 한국씨티은행과 SC제일은행은 각각 2004년, 2006년 이래 단 하나의 해외지점도 갖고 있지 않지만 BIS 비율 8%를 적용받는다.

외환위기 이후 한국이 국제기준을 경직되게 도입했다는 점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미래현금흐름(FLC)을 감안한 신자산 건전성 분류기준은 선진금융기법의 대명사로 국제통화기금(IMF)의 권고로 1999년 말 도입했지만 사실 이 기준은 미국 등 일부 국가에서만 시행되던 제도였다.

2007년 말 기준 지방은행의 자산규모는 100조 원이 넘는다. 7개 시중은행의 자산 995조 원의 10%가 넘는 액수이다. 이 100조 원의 자산만이라도 BIS 비율 최소 8%, 최대 12%의 굴레에서 해방시킨다면 과도한 신용경색에 다소나마 숨통을 틔울 수 있지 않을까?

김용기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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