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투데이]어닝시즌, 과거지표보다 미래지표 주목하라

  • 입력 2009년 1월 15일 03시 01분


주식시장이 초강세를 이어가던 2007년 애널리스트들은 급등하는 주가의 꽁무니를 따라가며 한 달이 멀다 하고 해당 기업의 이익예상치와 적정주가를 올렸다. 애널리스트 리포트가 나오기 무섭게 주가가 적정가격을 초과해버렸기 때문이다.

거품이 꺼진 2008년부터는 반대로 하락하는 주가 꽁무니를 쫓아가며 예상이익과 적정주가 하향 리포트가 나왔다. 애널리스트의 실적 추정이 주가를 앞서가지 못한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는 미국과 한국이 별반 다르지 않다.

올해 첫 실적시즌에 돌입했다. 지난해 4분기(10∼12월) 실적 발표에 증시가 어떻게 반응할까. 효율적 시장 가설에 따르면 예상실적은 주가에 이미 반영됐기 때문에 실적 발표가 주가에 별 영향을 주지 못하는 것이 당연하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나쁜 실적을 예상했더라도 막상 공표되면 추가 영향을 받게 된다. 이를 잔여효과라고 부른다. 그래서 나쁜 성적표를 기다리고 있는 세계 증시 분위기는 침울하다.

어닝 시즌을 맞이해 투자자가 속지 말아야 할 두 가지 중요한 사실이 있다.

첫째, 기업 실적이 좋다고 ‘서프라이즈’가 아니고 기업 실적이 나쁘다고 ‘쇼크’가 아니다.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실적이 좋은 경기 방어주를 서프라이즈로 착각하기 쉽다. 서프라이즈는 예상을 뛰어넘은 실적이라야 한다.

둘째, 과거 실적인 어닝 쇼크에 사로잡히지 않는 것이다. 투자자들이 과거지표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는 과거지표가 나쁘니 미래도 나쁠 것이라고 생각하는 심리 때문이다.

4분기 어닝 쇼크가 반드시 미래를 말하는 것은 아니다. 세계 증시에서 첫 테이프를 끊은 알코아의 지난해 4분기 실적 악화는 알루미늄 가격의 하락 탓이었다. 하지만 국제 알루미늄 가격은 지난해 하반기 50% 넘게 하락했지만 연말 이후 바닥 이탈 조짐을 보이고 있다. 미래지표에 주목해야 한다.

세계경기의 선행지표 격인 주요 가격지표들이 작년 말 이후 안정 추세에 있고 바닥 이탈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우선 작년 하반기에 95%나 폭락한 세계선박운임지수(BDI지수)가 그렇다. 세계 원자재 교역량이 조금씩 증가한다는 신호다. 또 작년 여름 이후 50% 하락했던 세계상품가격지수(CRB지수)도 같은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세계 식품원자재 수요가 조금씩 증가하기 시작했다는 징후일 수 있다.

작년 4분기 이후 중국 증시도 거래량이 크게 늘고 있다. 주가가 고점 대비 30% 수준인 2,000포인트 밑에서 거래량이 크게 늘고 있는 것은 조만간 가격 상승을 예고하는 신호일 수 있다. 거래량이 가격보다 선행하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헤지펀드의 청산에 따른 디레버리지 때문에 야기된 엔화 대비 호주달러의 급락 흐름이 진정되고 강세 전환되는 추세가 뚜렷해졌다. 엔 캐리 자금의 청산 작업이 일단락되었다는 신호일 수 있다.

박춘호 이토마토 경제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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