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 이코노미’ 현장을 가다]<5>네덜란드 필립스

  • 입력 2009년 1월 8일 02시 58분


LED 조명을 설치한 맥주회사 하이네켄의 복합문화공간 ‘하이네켄 더 시티’. 사진 제공 필립스
LED 조명을 설치한 맥주회사 하이네켄의 복합문화공간 ‘하이네켄 더 시티’. 사진 제공 필립스
발광다이오드(LED) 조명시장의 강자로 떠오른 필립스는 지난해 4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시의회와 협약을 맺고 도로 보안등을 LED로 바꾸는 시범사업을 실시했다. 사진 제공 필립스
발광다이오드(LED) 조명시장의 강자로 떠오른 필립스는 지난해 4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시의회와 협약을 맺고 도로 보안등을 LED로 바꾸는 시범사업을 실시했다. 사진 제공 필립스
고효율 ‘꿈의 조명’LED 시대…“빛의 속도로 시장 선점하라”

효율 기존 조명 18배 - 수명 30배 ‘차세대 광원’

일찌감치 기술투자… 조명매출 2년새 27% 급증

암스테르담 가로등 LED로 교체 시범사업 시작

《‘빛의 도시’라는 별명이 따라붙는 네덜란드의 에인트호번에는 글로벌 기업인 필립스의 조명사업본부가 있다. 이곳에는 첨단 조명기술을 사무실과 호텔 등 생활공간별로 어떻게 적용할 수 있는지를 보여 주는 조명 애플리케이션 센터가 들어섰다. 연간 방문객이 1만 명에 이를 정도로 세계 조명업계의 관심이 집중된 곳이기도 하다. 지난해 12월 10일 찾은 조명 애플리케이션 센터는 첨단 조명기술을 확인하러 온 사람들로 붐볐다. 사람의 기분에 맞춰 시시각각 바뀌는 발광다이오드(LED) 조명의 색깔에 여기저기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

네덜란드의 암스테르담에 있는 ‘하이네켄 더 시티’. 유럽 최대의 맥주회사인 하이네켄의 맥주를 마시면서 음악을 듣고 기념품을 살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이다. 지난해 7월 하이네켄과 필립스는 이 공간의 조명을 모두 LED로 교체했다. LED 조명의 첨단 이미지가 고객에게 독특한 경험을 제공하고 싶은 하이네켄의 마케팅 전략과 맞아떨어졌기 때문. 하이네켄 더 시티는 모든 조명을 LED로 바꾼 유럽 최초의 매장으로 변신해 세계 각국의 관광객을 맞이하고 있다.

‘차세대 광원(光源)’, ‘꿈의 빛’, ‘21세기 조명’ 등으로 불리는 LED 조명시장이 급팽창하고 있다. 기존 조명보다 효율이 최대 18배 정도 높으면서 수명도 최대 30배 이상 길어 ‘그린 이코노미(Green Economy·녹색경제)’로 진입하려는 주요 선진국이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집중 육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독일의 오스람, 미국의 제너럴일렉트릭(GE)과 함께 세계 조명시장의 3대 메이저 기업인 네덜란드의 필립스는 LED 시장의 선두주자로 꼽힌다.

○ 유럽은 LED 조명 시험장

필립스는 지난해 4월 암스테르담 시의회와 함께 기존의 형광등을 이용한 도로 보안등을 LED 보안등으로 교체하는 시범사업을 시작했다.

네덜란드 내의 모든 도로 보안등을 LED로 교체할 경우 에너지를 현행보다 최소 30% 이상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필립스는 추산하고 있다. 필립스가 개발한 LED 보안등은 암스테르담을 시작으로 앞으로 유럽 25개의 도시에 설치될 예정이다.

필립스는 지난해 6월 프랑스 파리의 샹젤리제 거리에서 LED 조명만을 이용한 세계 최초의 사무실을 선보이기도 했다.

필립스의 굴 판 더 판 그린프로젝트 담당 수석이사는 “세계적으로 전체 전력 사용량 가운데 조명 부분이 약 19%를 차지한다”며 “현재 설치된 조명의 3분의 2 정도가 1970년 이전에 개발된 저효율 기술에 의존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 가운데 40%만 고효율 조명제품으로 바꿔도 연간 1200억 유로(약 222조 원)를 절감할 수 있다”며 “이는 6억3000만 t의 이산화탄소를 줄이면서 18억 배럴의 석유를 아낄 수 있는 양”이라고 말했다.

○ 급팽창하는 LED 조명시장

지난해 말 현재 세계 조명시장은 약 1087억 달러 규모로 이 가운데 LED 조명이 차지하는 비중은 3% 수준에 불과하다. 백열등과 형광등은 각각 62%, 35%를 점유하고 있다.

LED 점유율이 이처럼 낮은 것은 형광등보다 10배 이상 비싼 탓이다. 하지만 LED 조명기술이 빠른 속도로 발달하면서 제품가격도 점점 낮아져 2015년경 LED의 점유율은 30%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특히 세계 각국이 에너지의 95%를 열로 발산하고 5%만 빛으로 내놓는 대표적 저효율 조명인 백열등을 시장에서 완전 퇴출시키려는 움직임을 본격화하고 있어 LED 보급 속도는 더욱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LED는 에너지의 90%를 빛으로 변환할 정도로 효율이 높다. 유럽연합(EU)은 2009년, 호주와 미국 캘리포니아는 2010년, 한국은 2013년부터 백열전구를 퇴출시키겠다고 밝힌 바 있다. LED 시장이 더욱 커질 기회가 찾아온 것이다.

○ LED 영토 확장하는 필립스

필립스는 이런 각국의 정책 변화를 일찌감치 간파해 고효율 조명기술 개발에 적극 투자하고 있다. 최근에는 LED 시장에서 입지를 더욱 강화하기 위해 루미레즈, TIR, 컬러키네틱스, PLI, 젠라이트 등의 회사를 잇달아 사들였다.

필립스의 투자가 LED에만 집중된 것은 아니다. 가로등으로 사용되는 수은등과 나트륨등보다 에너지 효율을 대폭 개선한 제품 ‘코스모폴리스’를 개발해 각국 도시에 보급하고 있다. 이 제품은 한국에도 경기 안양시 경수산업도로와 정부과천청사 인근 중앙로에 설치되기도 했다.

이처럼 고효율 에너지 기술에 대한 투자에 힘입어 2005년 47억7500만 유로 수준이던 조명사업본부 매출액은 2006년 54억6600만 유로, 2007년 60억9300만 유로 등으로 크게 늘어나는 추세다.

필립스의 녹색성장 전략을 보여 주는 단어가 ‘그린 스위치(Green Switch)’다. 이 용어는 조명사업본부 내에서 일종의 비즈니스 슬로건처럼 쓰이고 있다.

베르노 람 필립스 그린마케팅 수석매니저는 “고효율 친환경 조명으로 전환하는 것(Switch to Green)은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것은 물론 경기침체에 대비해서라도 시급하고 중요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암스테르담·에인트호번=차지완 기자 cha@donga.com

::발광다이오드(LED)::

전기에너지를 빛에너지로 전환하는 일종의 반도체 발광소자. 1980년대 초반만 해도 적색 LED만 있었으나 이후 청색과 녹색 LED가 개발되면서 1996년 빛의 3원색인 빨강(R)과 초록(G), 파랑(B)을 혼합한 백색 LED가 등장했다. LED는 1879년 발명된 백열전구, 1938년 탄생한 형광등에 이어 ‘차세대 빛의 전령사’로 평가받고 있다.

기업은 ‘M&A 전쟁’

정부는 앞다퉈 지원

■ 소용돌이치는 LED 시장

‘발광다이오드(LED) 시장을 선점하라.’ 세계적인 조명회사들이 앞으로 급격한 팽창이 예상되는 LED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대대적인 인수합병(M&A)에 나서고 있다. LED는 그동안 디스플레이와 휴대전화, 액정표시장치(LCD) 패널용 부품 등으로 사용되다 최근에는 자동차 후방 램프와 전조등까지 사용 영역을 넓히면서 쓰임새가 매우 커졌기 때문. 게다가 앞으로 4, 5년 뒤에는 가격이 떨어져 형광등을 대체할 것이란 예상에 힘이 실리면서 이른바 ‘LED 빅뱅’이 생길 것이라는 분석까지 나온다.

삼성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세계 조명시장의 약 60%를 점유하는 3대 조명 메이저인 독일 오스람과 미국 GE 등도 필립스처럼 M&A를 통해 LED 관련 기술의 수직계열화를 추진하고 있다.

LED는 생산과정별로 기초소자인 에피와 웨이퍼, 칩, 패키지, 기구 단계로 제작되는데, 오스람은 이 과정을 자회사인 오스람 옵토 반도체와 분담하고 있다. GE는 자회사인 GE 루미네이션을 통해 LED 조명기구 시장에 진입했으며 일본 니치아와 전략적 제휴를 맺었다.

세계 각국 정부도 LED 조명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후방 지원에 나서고 있다. 미국은 2020년까지 발광효율을 대폭 개선한 LED를 개발해 세계 조명시장의 50%를 점유하겠다는 ‘차세대 조명 선점 전략’을 내놓았다. 일본도 ‘21세기 빛 프로젝트’를 내놓고 백색 LED 보급 확산 등의 사업을 통해 2010년까지 조명 에너지를 20% 절감할 예정이다.

한국 정부도 LED 산업을 신(新)성장동력 사업 중 하나로 선정해 2012년 세계 3대 LED 생산국으로 발돋움한다는 계획을 내놓은 바 있다.

지식경제부에 따르면 2015년까지 국내 조명의 약 30%를 LED 조명으로 교체하면 매년 약 160억 kWh의 전력을 절감하면서 680만 t의 이산화탄소를 줄일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100만 kW급 원자력발전소 2개의 전력생산량에 해당된다.

차지완 기자 c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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