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카페]예산도 없이 ‘일단 끼워넣기’ 언제까지…

  • 입력 2009년 1월 8일 02시 58분


교과부 - 파산가정 학생 장학금

복지부 - 저소득층 건보료 지원

농식품 - 농어촌 IT일자리 창출

“가장이 실직하거나 파산한 가정의 대학생이 학업을 계속할 수 있도록 긴급 장학금과 대출 이자를 지원하는 방안을 추진하겠습니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작년 12월 27일 이명박 대통령에게 신년 업무보고를 하면서 이렇게 밝혔습니다. 누가 봐도 경기 침체기에 꼭 필요한 사업입니다. 문제는 이 사업에 필요한 예산 3200억 원이 보고 전 국회 심의과정에서 전액 삭감됐다는 사실입니다.

무슨 돈으로 사업을 추진할 것인지를 교과부 측에 물었더니 “상황이 악화되면 기획재정부와 협의해 추가경정예산, 예비비 등을 활용할 것”이라고 해명하더군요. 예산도 확보하지 않고 계획부터 덜컥 발표한 것입니다.

각 부처가 업무보고에서 올해 추진하겠다고 밝힌 사업 중에는 이런 사례가 적지 않습니다.

보건복지가족부는 건강보험료가 월 1만 원 이하인 저소득층 70만 가구의 보험료 절반을 지원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필요한 예산 261억 원은 이미 국회에서 삭감됐습니다.

복지부는 폐업, 사고 등으로 일시적 위기에 빠진 가구에 긴급지원금을 주겠다고도 했지만 예산 891억 원에 대해서는 “기초생활보장 부정수급 단속 등을 통해 확보하겠다”고만 밝혔습니다. 농림수산식품부는 농어촌 정보기술(IT) 도우미 등 대졸자용 일자리 1000개를 만든다는 ‘농어촌 e-서포터스’ 계획을 발표했지만 역시 예산 115억 원을 확보하지 못했습니다.

이 대통령이 ‘일자리 창출’ ‘서민생활 보호’와 관련된 사업을 적극 추진하라고 주문하자 부처마다 과도한 ‘의욕’을 보이다 빚어진 일로 보입니다. 부처들의 고충도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일자리를 만들고 저소득층을 지원하려면 돈이 필요한데 예산은 한정돼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아이디어만 있고 예산은 없는 업무계획이 나오게 된 거죠.

하지만 충분한 준비 없이 정책을 발표했다가 ‘공약(空約)’에 그치는 일이 되풀이되면 정책에 대한 신뢰가 추락하고 국민의 실망감은 커지게 됩니다. 정부가 실현 가능한 정책을 내놓고 차질 없이 시행할 때 국민의 믿음은 두터워질 것입니다.

장원재 경제부 기자 peacechao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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