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하영제]울창한 산림속에 일자리 숨어있다

  • 입력 2008년 12월 23일 03시 07분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로 국내에도 경제적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10월 부도업체 수가 3년 7개월 만에 최고를 기록했고 취업자는 10만 명 수준으로 3년 8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치를 보였다.

이렇게 경제가 어려울 때면 산림은 중요한 일자리 공급원의 역할을 해 왔다. 미국은 대공황 시기에 실업상태에 있는 청년들로 시민보전단(CCC·Civilian Conservation Corps)을 조직해 조림, 산불감시, 산림휴양공간 조성 등 산림사업에 투입한 바 있다. 이를 통해 300만 명에 해당하는 고용을 창출했다. 애팔래치안 트레일과 요세미티 옐로스톤 숲 등 아름다운 국립공원은 정부 일자리 창출 대책의 산물이다.

한국 역시 외환위기 때 미국의 뉴딜정책을 벤치마킹해 산림에서 일자리를 만들었다. 이 사업으로 1998년부터 5년간 6만5000개의 고용을 창출하는 한편 청년기에 접어든 국내 산림을 가꾸어주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최근 글로벌 핵심 이슈가 등장한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도 산림을 주목해야 한다. 산림은 기후변화 협약에서 인정하는 유일한 탄소흡수원이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패널(IPCC) 제4차 보고서에서는 기후변화의 대안을 제시하면서 산림부문이 비용 대비 효과가 높다고 평가했다. 일본의 경우 1차 공약기간에 탄소감축 목표 6% 중 3.9%를 산림에서 충당키로 하고 대대적인 산림정비를 추진하고 있다.

산림은 탄소 흡수원으로서의 역할과 함께 신재생에너지의 하나인 목질계 바이오에너지로도 부각되고 있다. 유럽 국가는 목질계 바이오 에너지를 많이 사용한다. 국가 전체 에너지 소비량 중 핀란드는 20.5%, 스웨덴은 15.2%를 목질계 바이오 에너지로 충당한다. 이를 통한 고용창출 효과 또한 크다. 독일의 경우 10만 개, 프랑스는 2만 개의 일자리를 목질계 바이오매스 분야에서 만들어 낸다.

산림 내 산지사방, 작업로 개설, 병해충방제, 재해피해지 복구를 통해 건강한 산림을 가꾸어 기후변화에 대응하고 좀 더 많은 안정적인 일자리를 산림에서 만들어 내야 할 시점이다. 청년기에 이른 산림에서는 숲 가꾸기를 더 많이 추진해야 하고 장년기에 접어들어 이용할 단계에 있는 나무는 목재와 바이오에너지의 원료로 이용해야 한다.

유엔 산하의 식량농업기구(FAO)는 한국을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유일하게 산림녹화에 성공한 개발도상국이라고 1982년에 평가했다. 또 미국의 지구정책연구소장이자 세계적 환경운동가인 레스터 브라운 씨는 한국의 국토녹화 성공에서 전 세계가 희망을 찾을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이제는 산림을 통해 고용위기 타개는 물론 기후변화에 대응하고 저탄소 녹색성장을 구현해 나가야 한다. 국토의 64%를 차지하는 산림이 비중에 걸맞은 역할을 할 때가 바로 지금이라고 하겠다.

정부와 국민은 황폐했던 산림을 지난 40여 년에 걸쳐 땀과 열정으로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을 만큼 울창하고 건강한 숲으로 일궈 놓았다. 이런 숲이 오늘날 경제난국과 실업이라는 어려운 상황에서 일자리를 제공하고 나아가 녹색성장의 국가비전을 실현하는 토대가 된다는 점에서 산림에 대한 시각을 달리할 때라고 생각한다.

하영제 산림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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