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념 사이트 개설 - 축하공연 준비
젊은세대, 자유-경제적 풍요 중시
오바마 당선이후 ‘고립 탈출 기대’
사회주의 혁명 50주년(내년 1월 1일)을 맞는 쿠바는 축하행사 준비로 분주하다. 쿠바 정부는 연일 ‘혁명의 성과’를 홍보하고 있다.
하지만 속사정은 복잡하다. 젊은 세대는 국제사회에서 고립돼 있는 쿠바의 변화를 기대하고 있다. 버락 오바마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이들의 기대는 더욱 커지고 있다.
▽향수와 기대=1959년 1월 1일 피델 카스트로 전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과 혁명가 체 게바라가 이끄는 혁명군이 친미 성향의 바티스타 정권을 무너뜨림으로써 쿠바 혁명은 성공했다. 이후 50년 동안 쿠바는 카스트로의 통치 아래 사회주의 체제를 유지해 왔다.
쿠바 국립 ‘커뮤니티 컴퓨터 센터’는 최근 혁명 50주년 기념 사이트(aniversario50.cubava.cu)를 개설하고 혁명 관련 문서와 사진 등을 소개하고 있다. 21일부터 내년 1월 3일까지는 쿠바 전역에서 유명 밴드의 공연과 스포츠 행사 등 다양한 축하행사가 열린다고 현지 라디오 방송이 보도했다.
11일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 칼럼니스트인 스코나 졸리 씨는 “쿠바의 거리는 혁명 50주년을 기념하는 화려한 선전물로 가득하다”고 전했다. 하지만 그는 “쿠바에는 혁명에 대한 향수와 함께 미국 및 국제사회와의 관계 개선에 대한 열망이 혼재돼 있다”고 분석했다.
펠리페 페레스 로크 쿠바 외교장관은 10일 “쿠바에서는 돈이 없어서 치료를 받지 못하거나 배우지 못하는 사람은 없다”고 자랑했다.
그러나 쿠바의 젊은 세대는 자유와 경제적 풍요를 더욱 중시한다. 뉴욕타임스 매거진은 최신호에서 “쿠바는 카스트로에 의해 만들어진 세대로부터 그를 잘 모르는 세대로 이동하는 경계점에 서 있다”고 설명했다.
1961년부터 계속돼온 미국의 경제 제재로 쿠바의 경제 사정은 여의치 않다. 식료품은 배급제를 실시하고 있지만 공급이 원활하지 않다. 더욱이 올해 허리케인 3개가 잇달아 쿠바를 강타하는 바람에 경제 사정이 더 나빠졌다고 한다.
쿠바 젊은이들은 인터넷 블로그를 통해 억압적인 정치체제에 반대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이를 ‘디지털 저항’이라고 표현했다. 대표적인 블로거 요아니 산체스(33) 씨의 ‘Y세대’라는 이름의 블로그는 12개 언어로 번역돼 쿠바의 실상을 전 세계에 알리고 있다.
▽오바마 시대와 쿠바=오바마 당선인은 쿠바에 유연한 태도를 보여 젊은 쿠바인들의 기대를 모으고 있다. 그는 쿠바에 대해 송금액 제한을 철폐하는 등 규제를 풀고, 쿠바가 민주주의를 향한 의미 있는 변화를 보여준다면 외교관계를 정상화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쿠바의 변화가 빠른 속도로 이뤄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카스트로 전 의장은 5일 “오바마 당선인과 대화는 하겠지만 쿠바의 주권과 관련된 문제는 협상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쿠바 정부가 블로그 통제를 강화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산체스 씨는 “젊은이들은 카스트로 전 의장이 숨진 뒤에야 쿠바에 숨통이 트일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