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눈/마이클 오핸런]美, 나토 확대는 무리다

  • 입력 2008년 11월 28일 02시 59분


조지 W 부시 미국 행정부는 임기 말의 마지막 대담한 외교정책으로 그루지야와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유럽의 우방들이 통상적인 가입 절차를 건너뛴 채 두 나라의 나토 가입을 바로 승인해 주길 원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미국과 러시아의 관계를 더욱 악화시키는 것은 물론 동유럽의 평화를 가져오기보다는 오히려 전쟁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악수(惡手)가 될 수 있다.

그루지야와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을 요구하는 것은 8월 러시아의 그루지야 침공을 생각할 때 자연스러운 대응이라고 볼 수도 있다.

당시 부시 행정부가 군사행동의 즉각 중단을 요청하는 등 단호한 대응을 하지 않았다면 러시아는 그루지야 수도 트빌리시로 진격해 미하일 사카슈빌리 대통령을 권좌에서 내몰았을 가능성이 높다.

물론 러시아의 침공은 어떤 식으로도 정당화될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러시아의 군사행동도 나름의 명분은 있었다.

그루지야가 사태 초반 분쟁지역에 분별없는 포격을 가한 점이나 사카슈빌리 대통령이 남오세티야와 압하지야에 대한 영토 회복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러시아를 자극할 만한 무리수를 둔 점이 바로 그것이다.

미국이 그루지야와 우크라이나를 서둘러 나토에 가입시키려 하는 것은 두 나라를 나토 헌장 5조가 규정한 집단안전보장의 우산 안에 넣기 위한 것이다. 그럴 경우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총리와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대통령으로서도 두 나라를 상대로 무력을 쉽게 사용하지 못할 것이라는 고전적인 억제 전략에 대한 믿음이기도 하다.

헌장 5조는 회원국에 대한 공격은 나토 회원국 전체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하고 침략국에 대해 자위권 차원의 무력 사용을 허용하고 있다. 즉 러시아가 그루지야 또는 우크라이나와 전쟁을 벌이는 것은 결국 미국과 싸우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것이다.

물론 러시아가 히틀러의 나치 독일이나 스탈린의 소련과 같다고 한다면 미국으로서도 별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현재의 국제질서 속에서 러시아를 고립시키는 듯한 정책은 득보다 실이 많을 것이다.

가령 러시아가 다시 동유럽을 상대로 영향권 회복에 나섰다 하더라도 러시아를 힘으로 위협하려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좋은 방법이 아니다.

그루지야를 서둘러 나토 회원국으로 인정할 경우 사카슈빌리 대통령은 헌장 5조의 집단자위권 발동을 과신해 러시아를 또다시 자극할 우려가 있다.

하지만 꾀 많은 푸틴 총리와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미국이나 유럽 국가들이 핵보유국인 러시아를 상대로 쉽게 자위권 발동을 하지 못할 것이라는 사실을 잘 안다.

버락 오바마 차기 행정부가 출범해도 미국인들이 거의 알지 못하는 작은 나라의 국경지역에서 일어난 무력충돌을 이유로 핵무기를 가진 러시아와 정면충돌을 감행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러시아 측도 누구보다 잘 이해한다는 것이다.

미국은 나토 가입 절차를 준수할 필요가 있다.

오히려 미국은 나토가 궁극적으로 러시아를 약화하기 위해 만들어졌다는 인식을 불식시킬 필요가 있다. 또한 폴란드와 체코에 건설될 미사일방어(MD) 기지가 러시아를 겨냥한 것이 아니라는 점도 잘 설명해야 한다.

미국은 분쟁 가능성이 있는 지역에 늘 불필요한 갈등을 일으키지 말라고 조언한다. 현 상황은 미국이 스스로 이 조언에 귀를 기울일 때다.

마이클 오핸런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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