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新엽관시대인가

  • 입력 2008년 11월 21일 02시 57분


서울 관악구 김효겸 구청장과 직원 10명이 승진 청탁의 대가로 뇌물을 주고받은 혐의 등으로 감사원의 요청에 따라 검찰의 수사를 받게 됐다. 기초자치단체 단위에서 이렇게 많은 인원이 한꺼번에 인사비리에 연루돼 수사를 받는 것도 흔치 않은 일이지만, 감사원이 밝힌 혐의 내용을 보면 복마전이 따로 없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김 구청장은 자신의 친척을 감사담당관실 조사계장에, 고교 동창을 총무과장에 앉혀 놓고 이들을 통해 인사를 전횡했다. 5급 승진 후보자 가운데 특정인을 찍어주면 총무과 직원들이 해당자의 근무평가 등을 조작하는 식으로 승진시켰다. 그 대가로 구청장이 직접 500만 원을 받았고, 자신과 친분이 있는 업자나 친척인 조사계장이 수천만 원을 받기도 했다. 인사위원회는 있으나마나했고, 내부 비리를 감시해야 할 감사담당관실의 조사계장은 오히려 하수인 노릇을 했다.

박성철 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은 작년 11월 “지방의 6급 공무원이 5급으로 승진하는 데 행정직은 5000만 원, 기술직은 1억5000만 원을 단체장에게 주는 매관매직이 공공연하다”고 폭로한 바 있다. 5급으로 승진하면 정년, 급여, 퇴직연금, 명예에서 그만한 값어치가 있기 때문에 거액의 뇌물로 승진을 사더라도 손해로 여기지 않는다는 것이다. 인사 비리가 전국적으로 구조화 만성화됐다는 얘기다. 오죽하면 지역사회에서 “단체장이 인사만 공정하게 하면 재선은 문제없다”는 말까지 나왔겠는가.

인사 비리는 워낙 은밀하게 이뤄지는 데다 당사자 간에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일이어서 좀처럼 드러나지도 않는다. 정당 공천을 받거나 선거에 많은 돈을 써야 하는 단체장들부터 검은돈의 유혹에 빠지기 쉽다. 지연 혈연 등으로 인해 아무래도 외부 감시가 느슨할 수밖에 없는 지자체의 구조적 특성도 근절을 어렵게 한다.

중앙 정부가 나서서라도 인사 비리만큼은 뿌리 뽑을 방법을 찾아야 한다. 선거 기여도에 따라 보직과 승진 여부가 결정되는 엽관주의, 지자체장과의 친소관계에 의한 정실인사, 돈이 오가는 매관매직은 조직의 건전성과 효율성을 해쳐 지방행정 전체를 썩게 한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납세자인 국민에게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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