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홍기택]G20 회의가 주는 기회와 과제

  • 입력 2008년 11월 18일 02시 59분


지난 주말 워싱턴에서 주요 20개국(G20) 정상들은 세계경제위기 타결을 위한 공동선언문을 채택했다. 여기에는 현 경제위기의 원인과 그동안의 대응정책에 대한 진단뿐 아니라 개방경제체제 유지, 금융시장 개혁, 국제금융기구 개편 등 향후 세계경제질서에 대한 청사진이 포함돼 있다.

英-브라질과 ‘이행계획’ 작성國

금융시장의 자유방임이 현 사태를 야기했다는 지적에도 불구하고 향후 개혁의 초점은 시장경제의 창달을 통한 지속적 성장에 두고 있다. 구체적 세부실행방안은 내년 4월의 제2차 G20 정상회의에서 마련될 예정이다. 이번 정상선언문 채택으로 현재 진행되는 세계 경제위기가 조기에 종식될 것이라고 믿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정상들이 기본원칙에 합의함으로써 1930년대와 같은 세계대공황이 재발할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이번 선언문이 우리 경제에 어떤 시사점을 주는가. 우선 우리가 부분적으로 선언문 채택에 기여한 지속적인 무역과 투자의 대외개방원칙 조항에 관한 내용을 보자. 각국에서는 경제위기의 심화로 국내 산업 보호조치를 위한 정치적 압력이 증대되고 있다. 특히 미국의 차기 정부는 미국 자동차산업에 대한 자금 지원을 공공연하게 주장한다. 이는 현 세계무역기구의 통상원칙에 위배될 수 있다. 자유무역원칙에서 보면 버락 오바마 당선인이 지난 대선토론에서 한국과 미국의 자동차산업 무역불균형을 문제점으로 지적한 것도 우려할 만한 일이다. 따라서 우리 처지에서는 현 조지 W 부시 행정부에서 합의된 G20 선언문의 자유무역조항이 미국의 차기 정부에서도 구속력을 갖기를 기대한다.

각국은 지속적인 확대 금융 재정정책을 통한 경기부양책에 합의했다. 최소한 국내총생산(GDP)의 2% 이상을 경기부양자금으로 사용하도록 요구했다. 우리의 경우 이미 발표된 경기부양책에 소요되는 자금이 GDP의 3%를 초과한다. 전 세계 GDP의 80%를 차지하는 G20 국가에서 동시적으로 경기부양책을 취하면 세계 경제회복에 물론 도움이 된다.

우리에겐 이보다 더욱 다행스러운 부분이 있다. 우리의 경기부양책이 다른 국가에 비해 훨씬 과다하면 우리 수입이 수출보다 상대적으로 더 증가하여 경상수지의 흑자 전환이 어려워질 수 있어서다. 현재와 같은 외환, 금융시장이 불안한 상황에서 경상수지 적자가 지속되면 우리 경제는 장기간 위기상황에 처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영국, 브라질과 더불어 내년 4월 2차 G20 정상회의에 보고될 금융시장개혁 세부실천방안의 작성국가가 됐다. 선진국에 비해 금융산업이 상대적으로 낙후된 우리로서는 첨단 금융상품이 혼재된 복잡한 선진 금융시장 구조를 이해하고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 것이다.

금융산업-감독 특별과외 받는 셈

이번 세계 금융위기로 인해 정치권 일부에서는 내년 2월로 예정된 자본시장통합법의 시행을 연기해야 한다는 주장이 대두되고 있다. 그러나 지금이야말로 금융산업을 한 단계 도약시킬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자본시장통합법의 취지는 자본시장 관련 금융회사 간의 업무영역 칸막이를 허물고 경쟁을 유도하여 대형투자은행을 육성하고 금융산업의 자금중개기능을 제고하는 데 있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언제 발생할지 모르는 금융시장의 혼란을 사전에 예방할 수 있는 선진화된 금융감독기법과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공동선언문에 따르면 금융시장개혁 세부실천방안 작성국은 각국 금융전문가의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이르면 내주부터 3개국이 협의를 하고 공무원뿐만 아니라 민간 전문가와 국제통화기금(IMF)의 전문가가 참가할 작업반을 구성할 예정이라 한다. 우리에게는 단기간에 금융산업과 감독에 대해 특별 과외를 받는 기회가 찾아온 셈이다. 이런 의미에서 볼 때, 세부실천방안 작성국으로 선정된 일이 G20 정상회담으로부터 우리가 얻은 최대의 수확이다.

홍기택 중앙대 정경대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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