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투데이]은행 감독 일부 유예, 불신의 빌미 될 수 있다

  • 입력 2008년 11월 11일 02시 58분


8일 미국의 지방은행인 ‘프랭클린 뱅크’와 ‘시큐어리티 퍼시픽 뱅크’가 추가로 영업정지되면서 올해 들어 벌써 19개의 미국 은행이 부도 대열에 동참했다. 물론 이유는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 사태 때문이다.

같은 시간 한국 시중은행들의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은 10% 전후로 낮아졌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 수치가 낮아진다는 것은 부실 대출이나 지급 보증이 늘었다는 것을 의미하며, 일단 이 비율이 낮아지면 은행에 대한 신용도는 급격히 악화된다. BIS와 한국은행은 이 비율을 8% 이상이어야 안전한 것으로 정하고 있지만 시장에서 우량 은행으로 인정받는 조건은 10% 이상이다.

은행 건전성이 악화된 것보다 더 우려스러운 것은 이 문제에 대한 해결책이 없다는 데 있다. 정부는 은행에 대한 외화차입금의 지급 보증 조건으로 중소기업 대출에 힘써 달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은행은 자기자본비율까지 낮아지는 상황에서 위험자산이 되기 쉬운 중기 대출을 꺼릴 수밖에 없다.

결국 은행들은 자기자본을 확충하기 위해 서둘러 후순위채권을 발행하고 있지만 지금 시중에서 은행채에 대한 투자는 거의 이루어지지 않는 상황이다. 그야말로 진퇴양난이다.

이 와중에 얼마 전 금융감독원은 은행의 정기검사를 내년까지 유예한다는 발표를 했다. 금융위기 속에서 검사받는 데 은행의 역량을 소진할 수 없다는 것이 이유였지만 시장의 눈길은 그리 곱지 않다. 은행에 대한 걱정이 높아지면서 금융감독 당국이 은행의 상황을 정확히 들여다보고 있는가를 의심하는 것이다.

이 부분은 미국의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을 만하다. 지난번 리먼브러더스와 AIG의 유동성 위기 처리 과정에서 미국의 금융시스템은 ‘위기가 왔을 때 그 위기를 가장 먼저 드러내는 회사는 죽는다’는 잘못된 신호를 보냈다.

즉 먼저 부실이 드러난 금융회사는 상징적으로 파산 처리하지만 쓰러진 금융회사의 여파로 쓰나미가 몰려오면 그때부터는 구제를 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위기가 닥쳐도 먼저 고백하면 손해를 본다는 잘못된 인식이 팽배해지면서 세계 금융회사들은 부실을 감추기에만 급급한 양상이다.

물론 한국의 은행은 지금 미국이나 다른 나라의 은행에 비해서는 안정적이다. 하지만 국제 신용평가회사들이 이들의 신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그것은 은행의 투명성을 의심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금 쓰러져가는 미국의 은행들을 반면교사로 삼아 한국은 당국이 금융회사들의 상황을 세세하게 파악하고 대응책을 찾아야 한다. 무조건 피하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박경철 경제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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