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은행들 건전성 불안해도 제 역할은 해야

  • 입력 2008년 11월 10일 03시 03분


은행들의 3분기(7∼9월) 성적표가 어둡다. 일부 은행은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이 2분기(4∼6월)에 비해 0.34∼2.69%포인트 하락했고 고정 이하 여신 비율이나 연체율은 0.12∼0.18%포인트 상승했다. 몇 은행은 부실화 가능성이 높은 대출금 때문에 대손충당금을 쌓느라 순이익이 작년 같은 기간의 절반에 그쳤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내리고 유동성을 공급해도 은행들이 건전성 불안 때문에 대출을 꺼려 시중에는 돈이 돌지 않는다. 부동산 담보를 제공한 흑자 중견대기업들조차 은행 차입금의 만기연장에 애를 먹을 정도다. 은행의 8∼10월 평균 중소기업 대출은 7월의 절반도 안 됐다. 저축은행에서 비싼 금리로 돈을 빌려 은행 빚을 갚는 기업도 있다. 저축은행들은 연리 8%대 예금으로 10월에만 1조3000억 원을 끌어들이고도 신규대출은 평소보다 10% 이상 줄였다. 중소기업 상황은 더 나쁘다. 거래 대기업에서 현금 대신 어음을 받는 비율이 2분기 36.3%에서 3분기엔 39.5%로 높아졌다.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키코(KIKO) 가입 중소기업 대출, 가계 대출의 부실화 우려도 해소되지 않았다. 이들 악재가 은행들의 건전성 불안을 가중시킨다. 그렇다고 경기하강 국면에서 은행들이 건전성 유지에만 매달려 대출을 꺼리고 만기연장을 기피하면 중소기업과 서민 가계가 먼저 피해를 본다. 결국 ‘돈맥 경화’가 심화돼 실물침체가 깊어지고 대출 부실이 늘어 은행 건전성이 더 나빠질 것이다.

정부가 지금보다 강화된 새 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인 ‘바젤Ⅱ’의 시행 시기를 2010년 1월로 1년 연기해 은행권의 중소기업 대출 여력이 18조6000억 원 늘어난다. 그런 만큼 은행들은 대출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금융당국은 은행의 만기연장과 관련한 면책(免責)기준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물론 은행의 건전성 개선을 위한 자산 매각 같은 자구 노력은 별도로 추진해야 한다.

한은의 금리인하 후 열흘이 넘어서야 주택대출금리가 하락하기 시작한 것도 시장의 신뢰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자금시장에서 서로 못 믿는 ‘신뢰의 위기’가 계속되면 참여자 모두 손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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