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카페]高환율, 빛과 그림자

  • 입력 2008년 10월 30일 02시 59분


지식경제부는 최근 수출을 늘리고 무역수지를 흑자로 돌리기 위해 총력전을 펴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매일 수출입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수출기업의 애로사항이 발생하면 ‘즉시 처리’하는 등 수출 촉진을 위한 ‘비상근무’도 하고 있지요.

국내외 경제여건이 급속히 악화된 상황에서도 수출은 올해 들어 매달 20% 이상 증가하면서 한국 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원-달러 환율이 상승(원화가치는 하락)하고 특히 주요 경쟁국인 일본 엔화가치는 초강세를 보이면서 우리 수출제품의 가격경쟁력에는 청신호가 켜졌습니다.

경제현상이 대부분 그렇듯 환율 등락도 빛과 그림자를 함께 갖고 있습니다. 그동안 일각에서는 환율 상승의 부작용을 집중 부각했고 이 때문에 정부가 외환시장에 개입하기도 했지요.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 환율을 낮추기 위한 인위적 시장개입이 바람직한지는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환율 급등 때문에 많은 국민이 불안해하지만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수출 경쟁력을 높여 경제의 선순환을 가능하게 하는 출발점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도 알아야 합니다.”

한 경제단체 임원이 최근 동아일보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한 말입니다. 그는 “인위적으로 환율을 낮추면 한국 시장을 떠나려는 외국 자본에 ‘탈출 기회’를 제공할 수 있고 국제수지 개선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을 함께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하더군요.

환율 급등이 수입 물가를 끌어올리는 등 부작용이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올해처럼 무역수지 적자가 이어진 상황에서는 수출을 대폭 늘리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도 충분히 일리가 있습니다. 이를 통해 무역수지를 흑자로 반전시키고 경상수지를 개선한다면 결국 환율의 적정수준 조정 및 위기 극복에도 상당한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1997년 외환위기 ‘전야(前夜)’를 떠올려봅니다. 당시 국제수지 적자로 원화 환율이 급등하자 “시장에 개입해 환율 상승을 막으라”는 요구가 쏟아졌습니다. 김영삼 정부는 이런 압박에 견디다 못해 보유 외환을 환율 방어에 쏟아 부었고 그 결과 외환이 모자라면서 위기는 훨씬 커졌지요. 정부는 물론 경제전문가와 언론, 여야 정치권 모두 11년 전의 과오를 되풀이하지 않도록 균형 있는 시각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차지완 산업부 기자 c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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