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정태익]환영! 타타르共문화사절단

  • 입력 2008년 10월 25일 03시 01분


지난달 21일 개막된 2008 한-러 교류축제의 마지막 행사로 다음 달 2일부터 러시아연방 타타르스탄의 국립전통오케스트라가 한국을 찾아 전국 순회공연을 갖는다. 세계가 자원전쟁에 돌입한 이때 풍부한 자원을 가진 이 나라가 자랑하는 국립전통오케스트라를 이끌고 한국을 찾는 것은 문화교류를 통한 자원협력의 새로운 계기라는 점에서 적지 않게 기대된다.

타타르스탄은 러시아연방 중동부에 위치하고 있다. 면적은 6만8000km²로 남북한을 합한 면적의 3분의 1에 못 미치지만 인구는 500만 명 정도로 1인당 국토 면적이 매우 넓은 편이다. 석유와 천연가스 등 지하자원이 풍부하고 수도 카잔에 면한 볼가 강과 카마 강 유역을 중심으로 중공업이 발달하여 트럭 생산과 항공엔진 개발 분야는 세계적 수준이다.

옛 소련 해체 직후인 1992년 3월 신연방조약에 따라 자치공화국에서 공화국으로 승격됐으며 독립 가능성이 있어 러시아 연방정부가 신경을 많이 쓰는 곳이다. 민티메르 샤이미예프 대통령은 연방 전체의 권력서열이 블라디미르 푸틴 총리와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대통령에 이어 3위로 꼽힐 정도이며 카잔 도시건설기념일 등 타타르스탄의 국경일에는 러시아연방의 최고지도자가 빠짐없이 참석한다.

인구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타타르인(48.5%)과 슬라브인(43.3%)을 비롯해 추바슈인, 모르도바인 등 다양한 소수민족이 공존하고 있다. 상대방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열린 마음으로 민족 간 평화를 구축하고 있으며 인간관계를 중시하고 손님을 극진히 모시는 관습이 유명하다.

타타르인은 러시아말로 몽골인을 뜻하며 러시아를 200년 넘게 지배한 몽골족의 후예다. 카잔은 몽골 지배를 담보하였던 몽골군의 집결지로 천년 이상의 역사를 가진 유서 깊은 도시다. 설립 204년이 되는 명문 국립카잔대는 세계 유기화학의 발상지로 대문호 톨스토이와 소련 공산정권의 창시자인 레닌이 한때 수학했을 뿐만 아니라 20세기 최고의 베이스 표도르 샬랴핀과 저명한 지휘자 루스템 아뱌조프 등 역사에 이름을 남긴 걸출한 문화예술가를 배출했다.

지역마다 특유의 문화축제 행사가 있을 정도로 문화예술을 사랑하는 전통은 옛 소련체제하에서도 유지되었다. 문화예술에 대한 주민의 욕구를 바탕으로 타타르스탄은 일찍부터 국립오케스트라단과 국립전통오케스트라단이라는 양대 오케스트라단을 운영하고 있다. 타타르스탄 대통령의 두터운 신임을 받는 발레예바 질랴 라히먀노브나 부총리 겸 문화부 장관이 이번 내한 공연을 위해 직접 오케스트라단을 이끌고 방한한다. 타타르스탄이 한국과의 관계 증진에 적극적인 관심을 표시하는 증거이며 타타르스탄과의 경협을 촉진하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한국과의 경협 현황을 살펴보면 6월에 GS건설이 9억 달러 규모의 타타르스탄 정유플랜트를 수주하는 성과를 거둔 것이 눈에 띈다. 또 이전부터 상품 수출시장 개척에 주력한 삼성 LG 현대 등 주요 그룹도 이 지역에 제품 생산 공장을 짓기 시작해 한국과의 경협은 이제 본격화한 셈이다. 타타르스탄은 2013년 하계 유니버시아드대회 개최지로서 경기장 건설과 도로, 공항과 같은 인프라 구축 등 건설수요가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어 한국기업의 참여가 크게 기대된다.

세계가 자원전쟁에 돌입한 이때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석유 등 에너지 자원이 풍부하며 거의 모든 산업부문에 걸쳐 협력이 필요한 타타르스탄과의 관계증진을 위해 정부와 재계 및 문화계가 이번 문화사절단에 각별한 관심을 가져 주었으면 좋겠다.

정태익 경남대 초빙교수 전 주러시아 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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