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이유종]청년 무업자 100만명, 꿈이 없는 사회

  • 입력 2008년 10월 16일 02시 59분


일을 하지 않고 학교에도 다니지 않는 15∼34세의 ‘청년 무업자(無業者)’가 100만 명 가까이 된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의 청년 무업자 연구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말 청년 무업자는 95만1851명에 달했다.

▶본보 15일자 A1·4면 참조

▶ ‘청년 無業者’ 95만명

▶ 무업자 男 59% 女 41%… 공부-TV시청 시간 길고 잠도 많아

경기불황으로 실업자가 늘어난 게 아니다. 이들은 직장을 구하기 위한 뚜렷한 의지가 없어 일반 실업자와는 구분된다.

청년 무업자들은 취직이 돼도 몇 달 만에 이런저런 이유로 그만두기를 반복한다. 성격에 안 맞아서, 봉급이 적어서, 비전이 없어서….

구직 실패가 반복되면서 자신감을 상실해 아예 구직을 포기하는 경우도 있다. 이들은 결혼도 포기하고 사회와 격리된 채 우울증을 앓다가 자살로까지 이어지는 최악의 상황을 맞기도 한다. 청년 무업자 문제는 사회적인 불안 요인이 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청년 무업자는 경제 전반에 기여하는 부분이 거의 없다. 한창 일해야 할 나이에 집에서 놀고 있으니 저출산 고령화 시대에 우리 사회에는 커다란 인력 손실이다. 우리나라는 청년 무업자의 수와 맞먹는 외국인 노동자를 고용하고 있다.

근본적인 문제는 뭘까. 현재의 교육시스템은 학생들이 직업을 결정하는 기간에 직업에 대한 깊은 사고를 갖게 하지 않는다.

중고교 시기에는 자의반 타의반 입시에 매달린다. 대학 전공을 선택할 때도 적성보다는 취업 통계에 매달린다. 어디가 취업이 잘 되는지부터 따지고 졸업 후 직장을 선택할 때도 급여, 근무조건 등 외형적인 조건만을 살펴 정한다. 자신의 꿈을 실현할 수 있는 꼭 맞는 직업을 찾는 젊은이들은 드물다.

가정에서도 마찬가지다. 자녀들이 자신의 삶을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알려주는 부모는 사실 드물다. 사회적으로 ‘꿈 설계’ 기능이 부실한 셈이다.

동아일보 기사를 보고 한 누리꾼은 “청년 무업자가 많은 것은 ‘비전’이라는 과목을 배우지 않아서다. 학생들이 자신의 꿈과 미래를 준비할 수 있도록 하면 어떨까. 그저 개인의 몫으로 돌려버리는 사회가 문제 아닐까”라고 지적했다.

지금 국내에서는 청년들이 직장 진입에 성공한 뒤에도 일찍 퇴사하고 결국 취업 쳇바퀴를 맴돌다 낙오자로 남는 일들이 반복되고 있다.

젊은이들이 자신의 꿈을 미리미리 설계하고 치밀한 현실 인식에 따라 직업을 선택할 수 있도록 우리 사회의 기초 시스템을 바꿔야 하는 것은 아닐까.

이유종 사회부 pe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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