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외신의 오보’ 대응 역량에 문제 없나

  • 입력 2008년 10월 10일 02시 58분


몇몇 외신이 한국 경제에 대해 부정확하거나 과장된 보도를 해 국내 금융시장의 불안심리를 증폭시키고 있다. 정부가 구체적인 수치를 들어 반박하거나 해당 언론사에 정정 보도를 요구하는 대응에 나섰지만 한번 유포된 내용은 그 자체가 시장교란 요인이다.

미국 통신사인 다우존스는 “신용평가사인 피치가 한국계 은행에 지급불능(insolvency) 징후가 있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피치의 원문은 유동성 압박이 지급불능으로 번질 수 있다는 가정 아래, 한국 정부의 대처에 문제가 있다면, 국가신용등급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다우존스가 이를 무리하게 해석한 기사를 타전하는 바람에 8일 달러화에 대한 원화 가치가 외환위기 이후 10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떨어지는 데 영향을 미쳤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가 ‘아시아에서 금융위기 전염 가능성이 가장 높은 국가’로 한국을 지목한 것도 기업 대출의 위험성을 지나치게 부각한 측면이 있다. 환율 급등과 주가 급락으로 시장 참가자들의 패닉(심리적 공황)이 심각한 상황이지만 이를 국가 부도로 연결짓는 것은 비약이다. 한 달 전 ‘9월 위기설’이 나왔을 때도 영국의 더 타임스는 한국의 금융시스템이 당장 무너지기라도 할 것처럼 보도했다.

경제의 펀더멘털(기초체력)과 정부의 위기관리 능력에 대한 의구심이 시장에 깔려 있어 외신 오보가 더 힘을 발휘한다. 경제 운용에 리더십을 보이지 못하고 오락가락하는 대응으로 시장의 신뢰를 잃은 당국자들은 책임을 통감해야 한다. 외신들의 지적이 △외환보유액이 충분한지에 대한 의문 △기업 및 가계 부채의 위험성 △은행 예대율(예금액 중 대출액의 비중) 과다 및 외화부채 증가 등에 쏠려 있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차제에 정부가 외신의 왜곡된 시각을 바로잡고 오보를 줄이려는 예방 노력을 얼마나 했는지도 반성해야 할 것이다. 주요국 주재 대사관은 현지 언론기관과 오피니언 리더들을 상대로 홍보 활동을 제대로 했는지, 정부의 대외 경제홍보 시스템에는 허점이 없는지 정부 역량을 점검하고 개선책을 강구해야 한다. 조직을 늘리라는 것이 아니라 일을 일답게 하라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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