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구자룡]마잉주의 대만과 中-美의 ‘묘한 삼각관계’

  • 입력 2008년 10월 7일 03시 00분


최근 미국과 중국, 대만에서 벌어지는 상황을 보면 각자 웃어야 하는지, 얼굴을 붉혀야 하는지 헷갈린다.

먼저 미국과 중국을 보자. 미국이 3일 공격용 아파치 헬기 등 64억 달러어치의 최신식 무기를 대만에 팔겠다고 발표하자 중국 외교부와 국방부는 ‘내정간섭’이라며 격렬히 비난했다.

하지만 같은 날 미국 의회의 7000억 달러 구제금융안 통과에 대한 중국 런민(人民)은행의 반응은 어떤가. “중국은 미국과 협력을 다해 국제 금융시장의 안정을 지키기를 원한다. 금융시장 안정에 대해 미국과 모든 협력을 다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다음은 중국과 대만. 올해 5월 20일 마잉주(馬英九) 총통이 취임한 후 ‘대만 독립’을 외치던 천수이볜(陳水扁) 전 총통 시절과는 양안 관계가 상전벽해다.

50년 만에 처음 직항기가 양안을 오가고 대만 기업의 대륙에 대한 투자 제한이 크게 완화되는가 하면 대만인이 중국의 사법시험에 응시할 수도 있다. 양측이 경쟁하듯 교류 강화 방안을 내놓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대만이 미국으로부터 2001년 이후 최대 규모의 무기를 도입했다. 대만은 방어용임을 강조하며 ‘대만 해협의 안정을 유지하고 중국과의 관계 개선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국이 무기를 판 미국과 달리 대만을 비난하지 않는 것은 마 총통의 입지를 고려한 배려로 보인다. 대만 야당에서는 마 총통이 ‘대만을 중국 공산당에 팔아먹었다’는 비난까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과 대만은 어떤가. 대만은 미국에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아시아 냉전의 최전선을 지켜온 이데올로기 동맹국이자 거대 무기수입국이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경제적으로 중국의 협력이 절실한데도 결단을 내린 것은 그 때문이다.

하지만 마 총통의 ‘대륙 경도’에 대해서 미국에서도 우려하고 있는 듯하다. 대만에 대한 무기 판매를 늦춘 데다 당초 대만이 요구했던 120억 달러보다 훨씬 적은 수준에 그쳤고, F16 등을 제외한 것은 ‘경고’ 의미라는 해석도 있다.

무기 수입과 수출과 연관해서 미-중-대만 3자를 보면 ‘국제사회에는 영원한 친구도 적도 없다. 국익이 있을 뿐이다’라는 구절이 떠오른다.

국제사회에서는 얼굴을 붉히면서도 상대국과 협력하는 일을 마다하지 않아야 하는 이유도 여기 있다.

구자룡 베이징 특파원 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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