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구자억]글로벌 교육도시 세워 대학경쟁력 키우자

  • 입력 2008년 10월 7일 03시 00분


한국교육이 사면초가에 처해 있다. 아시아 교육허브가 되기는커녕 갈수록 많은 학생이 외국으로 떠난다. 전 국민의 높은 관심과 노력에도 불구하고 한국 교육은 다른 경쟁국과 비교해 질이 떨어지고 글로벌 시대에 적합한 인재양성에 실패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한국과 달리 아시아 각국은 글로벌 교육도시를 세워 자국교육의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싱가포르의 글로벌스쿨하우스(GSH)는 시카고대, 인시아드, 존스홉킨스대 등 세계 각국의 유수 대학을 유치한 결과 싱가포르국립대 등 기존의 국내 대학의 질을 한 단계 높이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GSH를 통한 대학 교육의 선진화와 개방화는 싱가포르의 경쟁력을 이끄는 힘이 되고 있다.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인근의 에듀케이션시티에는 60여 개의 국내외 대학이 입주해 있다. 이 도시는 정보기술(IT) 도시로서 대학과 첨단 정보통신기업이 함께 입주해 상상력이 현실로 바뀌는 현장이 되고 있다. 또 말레이시아에는 트윈프로그램이란 제도가 있다. 사립대학이 외국의 유명한 대학과 계약을 맺어 학점과 학위를 공유하고 외국대학의 학위를 취득하는 학교운영방식이다. 말레이시아에는 이런 학위 과정에 등록한 외국 유학생 수가 수만 명이다. 갈수록 늘어가는 외국유학수요를 흡수하기 위해 시작한 프로그램인데 이제는 말레이시아 경제발전의 효자가 됐다.

두바이의 날리지빌리지는 중동 교육혁신의 상징이다. 미시간대, 호주 울릉공대 등 20여 개 세계 유수 대학이 입주해 두바이에 훌륭한 인재를 공급하고 있다. 서울대, 한동대, KAIST 등 국내 대학도 이 지역에 진출하려 한다. 카타르에는 에듀케이션시티가 있다. 면적 1012만 m²인 이 도시에 텍사스 A&M대, 카네기멜런대, 조지타운대 등 유명대학이 입주해 있다. 두바이와 함께 중동지역 교육허브 자리를 놓고 경쟁하고 있다. 아시아 각국이 경쟁적으로 교육도시를 만드는 이유는 간단하다.

첫째, 자국 교육의 경쟁력 제고이다. 세계 유수 대학의 선진학문과 대학운영 기법을 벤치마킹해 자국 대학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고 본다. 둘째, 필요한 인적자원의 확보이다. 교육도시에는 대부분 첨단기업이 입주했다. 이런 기업체에 필요한 양질의 인재를 교육 도시 내 대학이 공급한다. 셋째, 외국 유학생 유치를 통한 경제적 수익의 창출이다. 싱가포르는 2015년부터 매년 15만 명의 유학생을 유치할 계획을 세웠는데 경제유발효과만 37억 달러로 예상된다. 현재 세계 유학생의 45%는 아시아계 학생이 차지한다. 앞으로 그 비율이 70%를 넘을 것으로 예측된다. 싱가포르를 비롯한 교육도시 운영국가는 이런 거대한 규모의 아시아 유학생에게 눈독을 들이고 있다.

한국은 몇 년 전 조지워싱턴대 제주캠퍼스를 유치하려다 실패했다. 송도신도시에는 글로벌 교육도시라는 거창한 계획을 세워 대학과 연구소의 유치를 추진했지만 국내 대학 일부만 관심을 가질 뿐 외국의 유수 대학은 거의 들어오지 않았다. 현행법과 제도가 외국 학교의 과실송금을 불허하는 등 조건이 까다롭기 때문이다.

싱가포르의 경우 미국의 듀크대를 유치하기 위해 부동산 취득 조건을 완화하고, 세금을 감면하고, 자금을 지원했다. 이런 상황인데 조건이 나쁜 한국에 와서 누가 학교를 운영하겠는가? 한국은 국가의 규모도 작고, 부존자원도 부족한 국가다. 한국이 글로벌한 세계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일류 인재를 육성하는 길뿐이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교육이 변해야만 한다. 변화의 한 방법으로 택할 수 있는 것이 바로 글로벌 교육도시를 세우는 것이다.

구자억 한국교육개발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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