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이현우]국감엔 여야가 단일팀

  • 입력 2008년 10월 7일 03시 00분


법정시한보다 80여 일이나 늦게 원구성이 이뤄진 국회가 본격적인 활동을 개시하는 것이 이번 국정감사인데, 국감 준비에 관한 소식은 여러모로 우려를 자아낸다. 아직도 여야 간에 증거와 증인 채택에 합의를 이루지 못한 상임위가 많다. 이전처럼 부실한 국감이 될 가능성마저 농후하다. 문제는 국감을 둘러싼 여야 갈등이 충실한 국감을 위해서가 아니라 서로 간의 힘겨루기라는 데 있다. ‘정책국감’을 강조하지만 내심 지난 정권의 실정을 들춰내려는 한나라당과 현 정부의 실책을 부각하려는 민주당의 의도가 과연 국감의 취지를 제대로 살리는 것인지 묻고 싶다.

역지사지 자세로 성공적 국감을

국감은 국회의 고유기능인 입법권, 재정에 관한 권한, 국정통제권을 제대로 행사하기 위해 국정 전반에 대한 감사를 실시할 수 있는 권한을 말한다. 다른 나라에는 없는, 국회가 행정부를 견제할 수 있는 이처럼 강한 권한을 여야당 간 정치싸움으로 이용한다면 국감제도 자체의 유용성에 대해 회의적일 수밖에 없다.

국감제도는 1972년 유신헌법에 의해 폐지됐다가 1987년 제6공화국에서 헌법에 부활했다. 민주화 이후 국회가 행정부를 견제할 수 있는 기능이 강화됐음을 보여주는 대표적 권한이다. 따라서 국감에서는 당연히 여야 간의 대립이 아니라, 국회의원이 입법부의 구성원으로서 행정부를 감사(監査)해야 한다. 국감만큼 여야가 같은 입장에 놓일 수 있는 기회는 많지 않다.

작년 국감이 대통령 선거에 임박한 시점에서 여야당이 모두 대통령 선거에 함몰되어 정쟁의 장이 돼버렸다면, 여야가 뒤바뀐 올해 국감은 정책 검증에 충실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여야 간 신뢰 구축이 우선돼야 하고, 이는 서로를 이해하는 데서 출발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여당은 이전 국회에서 야당으로서 정보 요구나 국감 운영에 억울했던 기억이 있다면, 현재 야당이 겪어야 하는 부당성을 감안해줄 필요가 있다. 야당이 지난 국회에서 여당의 과도한 비난과 무책임한 태도를 경험했다면, 이제는 정상적 국감 운영을 위해 필요한 것에는 양보하는 자세가 절실하다.

이것이 소위 역지사지(易地思之)를 통한 정치발전을 이루는 길이 된다. 이번 국감에서 여야의 협조가 중요한 이유는 성공적인 국감을 위해서뿐만 아니라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여의도 정치에서 여야 간 윈윈(win-win) 전략을 만들어내는 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때로 법마저 무시하는 국회 갈등에 대한 국민의 실망과 비판이 무관심으로까지 이어질 위기임을 인식해야 한다. 계속 낮아지는 투표율이 정치에 대한 국민의 애정 정도를 보여주는 직접 지표이다. 이제 여야를 넘어서 정치가 사는 길을 모색해야 한다.

상호신뢰-합의가 결국 모두 이익

국민은 국회의원의 이익만을 위해서 담합하는 국회가 아니라, 여야교체를 통해 이전의 경험이 축적되어 성숙하고 발전되는 국회를 기대한다. 국민이 보고 싶은 국회는 상호 존중하고, 타협에 이르러야 한다는 공감대 아래서 갈등하는 국회다. 따라서 양보를 변절로 생각하고, 정당 간의 경쟁을 제로섬(zero-sum)으로 인식하는 정치문화는 일소돼야 한다.

일회성의 경쟁이라면 상대방 몫을 줄이면서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방법이 효과적일 수 있다. 그러나 정치처럼 계속되는 경쟁관계라면 상호신뢰와 합의가 반드시 모두에게 더 큰 이득을 준다는 점은 이론적으로 증명돼 있다. 국감에서 여당은 일방적으로 행정부를 감싸고, 야당은 무조건 비판해야 한다는 입장에 묶여 상대 정당의 의도를 좌절시키는 방법이 자기 정당에는 유리하다는 편견에 사로잡힌다면 향후 정치는 더욱 암담해질 것이다.

이현우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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