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칼럼/전윤수]한국 문화지도에 중국은 없다

  • 입력 2008년 9월 6일 02시 58분


100 대 0. 일본에 있는 중국박물관과 한국에 있는 중국박물관 수다. 100년을 기다렸고 7년을 준비했다는 베이징 올림픽. 전 세계에 오랜 역사와 문화를 알리는 데 심혈을 기울인 문화 올림픽을 성황리에 마치고 세계의 중심에 우뚝 서려는 중국. 지금 세계는 중국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거대한 중국 문화의 물결에 대처하는 대한민국의 자세는 어떠한가? 일본은 ‘한중일 문화의 뿌리는 하나로, 상호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발전했다’는 점을 3국 중 가장 먼저 인식하여 일본 문화의 근간이 된 중국과 한국의 문화를 자국에 알리는 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단적인 예로 수십 년 전부터 전국 각지에 여러 기관과 개인이 설립한 중국전문박물관을 들 수 있다. 한국역사유물사료관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중국은 어떠한가? 최근 중국 본토가 아닌 대만 고궁박물관에서도 한국 고미술역사관 건립을 추진하는 중이다.

한국은 무엇을 하고 있나? 국가 또는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박물관, 미술관 중 중국 또는 일본의 문화재를 상설 전시하는 기관은 몇 개나 되나? 일본의 대표적인 중국 미술품 컬렉터이자 미술상인 사카모토 선생은 “현재 한국에서는 미술시장 호황으로 미술투자가 크게 확대되고 있지만 국립중앙박물관 내 아시아관 외에는 중국 고미술에 대한 전문 전시관이나 박물관이 거의 없어 자칫하면 미(美)에 대한 아시아 뿌리 찾기에 실패할 수 있을 것”이라고 염려했다.

지금까지 우리는 너무 자국의 문화에만 젖어 상대의 문화에 대한 이해와 수용하는 자세가 부족했다. 고구려의 벽화, 신라의 금관, 고려의 청자, 조선의 백자 등 우리의 우수하고 아름다운 문화에 도취되어 상대의 문화를 이해하고 수용하는 과정을 통해 자국의 문화를 비교하고 비판하는 자세를 잃어버렸다.

이런 매너리즘이 낳은 결과는 매우 참혹했다. 유럽이나 미주의 아트페어에 가면 한국 문화재가 일본이나 중국 문화재로 오인되어 전시, 판매되는 경우를 볼 수 있다.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잘못된 국제적 시각을 바로잡고 우리 문화의 독창성을 주장하기 위해서는 이웃나라의 역사와 문화를 이해하고 수용하여 자국 문화와의 차이가 눈으로 확연히 드러날 수 있을 정도의 연구가 선행돼야 한다.

얼마 전 지자체 박물관에 중국 가짜유물이 수두룩한데 이를 구입하느라 수억 원의 혈세를 쏟아 부었다는 기사를 보았다. 중국의 역사와 문화에 대해 알지 못한 채 그저 관심만 높기 때문이다. 중국의 역사와 문화에 대한 이해는 단시간의 교육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다른 문화에 대한 우리의 무지와 기초교육의 부재를 여실히 보여준다.

잘못을 시정하기 위해서는 중국 문화재에 대한 전문가 양성과 검증 시스템 구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지금부터라도 체계적인 준비과정을 거쳐 국가적인 차원에서는 물론 기업의 문화 사업 측면에서도 중국 역사와 문화에 대한 관심에 부응하기 위한 작업을 진행해야 한다.

검증된 전문가를 통해 중국 작품의 가치평가를 정확히 하고 ‘가짜’가 아닌 중국의 진정한 문화유산을 국내에 소개할 수 있는 중국 역사 전문 박물관의 건립이 시급하다. 이를 바탕으로 중국의 역사와 문화에 대한 체계적인 교육시스템을 만들어 중국학, 미술사학, 역사학 분야의 전문 인재를 양성한다면 중국에 대한 이해뿐 아니라 우리 문화 전반에 걸친 중국의 영향을 비교분석하는 과정을 통해 우리만의 독창성, 우수성을 세계에 알리는 밑거름이 될 것이다.

전윤수 북촌미술관 관장 중국미술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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