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차지완]‘규제 전봇대’ 뽑아낸 인증마크 단일화

  • 입력 2008년 8월 26일 03시 01분


시중에서 판매되는 형광등의 포장재를 유심히 살펴보면 K, UL, SA, FC 등이 표시된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제품의 성능이나 안전을 보장하는 인증마크이지만 전기 기술자나 관련업 종사자가 아니면 좀처럼 분간하기 힘든 표시들이다.

이런 인증마크는 형광등뿐 아니라 우리가 일상에서 사용하는 거의 모든 공산품에 붙어 있다. 검, MIC, 안, EK, KPS 등을 휴대전화기와 전자제품, 노트북, 유모차 등에서 확인하는 것도 어렵지 않다.

정부가 이처럼 난립하는 인증마크를 ‘KC(Korea Certification)’로 단일화하고 인증 절차도 대폭 간소화하는 등 본격적으로 인증 규제 개선작업에 나섰다.

▶본보 25일자 A1면·5월 30일자 A1면 참조

자국(自國)의 국가표준을 세계표준으로 채택하려는 세계표준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이런 현실을 떠올리면 ‘너무 늦었다’는 느낌도 들지만 지금이라도 대책을 마련한 것은 다행스러운 결정이다.

정부가 이번에 ‘수술대’에 올린 인증마크는 K처럼 부착하지 않으면 시장에 팔 수 없는 법정 강제 인증마크다. 정부가 소비자 보호를 명분으로 경쟁적으로 도입한 결과 10개 부처가 39개 분야에서 13개 법정 강제 인증마크를 운영하고 있을 정도다.

제대로 알지도 못하는 인증마크가 늘면서 소비자의 혼란은 가중됐고, 비슷한 인증을 받기 위해 중복 심사를 감수해야 하는 기업의 부담은 커져만 갔다.

그동안 이런 인증마크를 선진국처럼 통합 운영하자는 목소리가 없었던 것도 아니다. 하지만 인증 권한은 해당 부처 공무원의 ‘밥그릇’이어서 산업계에서는 오랜 기간 뽑히지 않았던 ‘인증 규제의 전봇대’로 불리기도 했다.

이러는 동안 미국은 ‘UL’, 유럽연합(EU)은 ‘CE’, 중국은 ‘CCC’ 등으로 인증마크를 단일화하고 세계적 인증 브랜드로 육성하고 있다. 이는 해당국과의 무역에서 ‘여권’ 역할을 하기 때문에 한국의 수출기업들은 매년 막대한 비용을 인증 획득에 쏟아 붓는 실정이다.

이번 인증 규제 개선작업이 완료되면 기업 부담은 7900억 원 절감되고, 인증을 받는 데 필요한 기간도 평균 5.5개월에서 4개월로 단축된다는 게 정부의 추산이다. 국가통합인증마크의 탄생을 계기로 ‘기업 하기 좋은 나라’를 위한 규제 개혁 속도가 더욱 빨라지고, KC가 한국의 국가표준을 알리는 세계적 브랜드로 발돋움하길 기대해 본다.

차지완 산업부 c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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