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손연기]IT봉사활동, 지구촌 평화 ‘클릭’

  • 입력 2008년 8월 23일 03시 02분


가발과 오줌을 팔던 나라가 정보통신 선박 자동차의 강국으로 변모하는 데 가장 큰 업적을 남긴 지도자로 우리 국민은 박정희 전 대통령을 꼽았다.

물가 불안과 경기 침체에 울상을 짓고 있는 서민은 1인당 국민소득 67달러(1953년)에서 2만45달러(2007년)로의 대(大)도약을 다시 볼 수 있기를 희망한다.

이런 ‘기적의 대도약’을 다시 이룰 수 있을까.

요즘 잘나가는 유행어에 빗대어 ‘박 대통령처럼 하면 되고’라고 주문을 왼다면 가능할까? 1960, 70년대 한국 경제성장의 특징이었던 정부 주도의 발전국가 모델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학계 일각의 주장을 보면 ‘박대통령 주문’이 통하지 말라는 법도 없겠다.

그러나 국가 근대화(산업화와 민주화) 방법론과 선진화 방법론은 근본적인 차원에서 많이 다르다.

근대화 시절에는 남이 어떻게 하든 나만 똑바로 앞만 보면서 잘하면 웬만한 것은 다 됐다. 요즘은 내가 잘하느냐 못하느냐와 상관없이 남이 어떻게 하고 있느냐도 중요해졌다. 외환위기도 따지고 보면 한 몸뚱이로 굴러가는 글로벌 경제에서 남의 위기를 내 위기로 인식하는 일을 게을리 한 탓이다.

바로 그래서 이명박 대통령도 8·15 경축사에서 지구촌과 함께하는 공생 공영의 길을 강조했을 것이다.

국제사회에서 친구를 많이 만들고, 공적개발원조(ODA)를 우리 위상에 맞게 늘리며, 발전 경험을 세계와 공유하겠다고 강조한 것은 세계화 시대의 바른 길이기도 하고 국가 브랜드 가치를 선진국 수준으로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10만 명의 우리 젊은이가 세계 곳곳에서 봉사하고 배우며, 글로벌 네트워크 구축을 통해 700만 재외동포가 세계를 무대로 활약하도록 지원하고, 전 세계 인재가 한국에서 일하고 생활하도록 만드는 일 역시 글로벌 시대의 또 하나의 실천적 전략이다.

아프리카개발은행(AfDB) 홈페이지에는 한국정보문화진흥원에서 운영하는 KoIL(Korea IT Learning) 프로그램 중 ‘AfDB 정보보호 과정’에 대한 내용과 사진이 19일 크게 실렸다.

에티오피아 감비아 세네갈 르완다에서 온 공무원 및 전문가가 참여했는데 이들은 휴일의 서울 문화탐방 때 독도 티셔츠를 함께 입기도 했다.

이들이 과정을 끝내고 고국에 돌아갈 때 우리의 믿음직한 친구가 되어 있음은 물론이다. KoIL 프로그램은 지금까지 106개국에 2600명의 친한(親韓) 네트워크를 구축해 국내 정보통신(IT)기업의 해외 진출에 교두보 역할을 하고 있다.

또 여름방학을 맞아 개도국 42개국으로 떠났던 인터넷청년봉사단(KIV) 402명 역시 보람찬 IT 봉사활동을 마치고 속속 귀국하고 있다. KIV는 지난해까지 1973명이 전 세계 61개국에 파견됐다.

이 같은 초청연수나 IT 봉사활동을 보고 있노라면 1960년대의 미국 평화봉사단이 떠오른다. 평화봉사단은 존 F 케네디 대통령이 후보 시절인 1960년 10월 14일 미시간대 연설에서 말한 “인생의 2년을 개발도상국에서 봉사해 세계평화에 기여하자”는 공약에서 출발했다.

1961년 가나와 탄자니아를 시작으로 47년 동안 139개국에 18만7000여 명이 파견됐고 현재 73개국에서 7749명이 활동하는 중이다. 한국에도 1966∼81년에 3200여 명이 다녀갔다.

지금 세계 각국은 글로벌 컨버전스 물결 속에서도 지구촌 공헌을 통한 국가 브랜드 구축에 저마다 나서고 있다. 한국은 과연 어떻게 해야 하는가.

서울이 아시아의 전정한 영혼이 되고 한국이 유라시아-태평양 시대의 중심에 서기 위해서는 어떤 공헌을 해야 하는가. KoIL이나 KIV 프로그램이 해답을 보여주고 있다.

손연기 한국정보문화진흥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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