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박중현]‘서비스수지 개선’ 정부 의지에 달렸다

  • 입력 2008년 8월 19일 03시 01분


“교육계, 의료계의 반발 때문에 획기적인 대책을 내놓는 건 불가능하고, 이것저것 긁어모아 내봐야 새로운 게 없어서 ‘백화점식 대책’이라고 비판받을 게 뻔하고…. 답답합니다.”

노무현 정부 시절 서비스산업 활성화 대책의 추진을 맡은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의 고위 공무원은 이런 고민을 기자에게 털어놓은 적이 있다. 실제로 이들이 내놓은 서비스업 대책은 실속이 없었고, 그 결과는 눈 덩이처럼 불어난 서비스 수지의 적자였다.

한국은행은 18일 펴낸 ‘서비스 수지 적자 지속 원인과 대책’ 보고서에서 “2000년대 들어 40여 차례나 서비스산업 발전방안 등 서비스 수지 적자대책이 나왔지만 대규모 적자를 지속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은에 따르면 2005년 이후 올해 6월까지 3년 반 동안 한국은 서비스 수지에서만 625억3000만 달러의 누적 적자를 냈다. 이 중 70% 정도는 여행수지 적자였다.

특히 2005년 이후 적자폭이 확대돼 현재 국내총생산(GDP) 대비 서비스 수지 적자 비율은 2.0% 수준. 국토가 좁고 관광자원이 부족한 점을 고려하더라도 일본(―0.5%) 독일(―1.2%)보다 지나치게 높다.

일본은 2000년대 들어 자동차 등의 분야에서 본사 원천기술을 해외 자회사에 제공하고 로열티를 받아 적자폭을 줄였다. 원천기술이 부족한 한국으로선 따라하기 힘든 부분이다.

올해 상반기 해외유학, 연수비 대외지급액이 10년 만에 가장 크게 준 건 그나마 반가운 소식이다. 하지만 원화가치 하락(원-달러 환율 상승)이 주요 원인이어서 얼마나 지속될지 미지수다.

경제 전문가들은 서비스 수지 적자규모를 줄일 수 있는 방안이 이미 나와 있다고 지적한다. 영어 공교육을 활성화해 유학, 연수를 떠날 유인을 줄이고, 경쟁력 있는 의료 서비스와 관광을 결합한 상품 등으로 외국인 관광객을 끌어들이는 것이다.

문제는 여전히 이해 집단, 좌파 성향 단체들의 반대다. 영어권에서 생활하던 한국인을 회화 교사로 쓰는 데 교원단체들은 반발한다. 의료관광 상품 활성화에 걸림돌이 되는 의료법 개정에 일부 시민단체는 ‘의료 민영화의 사전작업’이라며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필요한 건 색다른 아이디어가 아니다. 불합리한 반발을 이겨내고 서비스수지를 개선하고자 하는 정부의 강한 의지만이 상황을 바꿀 수 있다.

박중현 경제부 sanju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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