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석학 인터뷰] 스티븐 머자이어스 뉴욕대(NYU) 교수

  • 입력 2008년 6월 21일 03시 11분


조직행동과 경쟁 전략 모델 분야의 세계적 석학인 스티븐 머자이어스 미국 뉴욕대 교수는 “한국 기업의 경쟁 전략은 한국 내에서 거둔 경쟁 우위를 국제적으로 확장시키는 것에 맞춰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병기 기자
조직행동과 경쟁 전략 모델 분야의 세계적 석학인 스티븐 머자이어스 미국 뉴욕대 교수는 “한국 기업의 경쟁 전략은 한국 내에서 거둔 경쟁 우위를 국제적으로 확장시키는 것에 맞춰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병기 기자
“진정한 글로벌 강자 되려면 언어-문화적 장벽 넘어서야”

《동아일보는 서울대 경영전문대학원(MBA스쿨)과 함께 3월부터 세계 최고의 경영 석학들과 릴레이 인터뷰 및 대담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번에는 조직 행동, 인지 이론, 경쟁 전략 분야의 권위자인 스티븐 머자이어스 미국 뉴욕대 교수를 만났습니다. 서울대는 글로벌 MBA 과정을 육성하기 위해 경영학 분야별로 최고의 연구 성과를 낸 외국인 교수 21명을 7월 초까지 순차적으로 초청합니다. 동아일보는 인터뷰나 대담을 통해 서울대에서 강의하는 석학들의 첨단 경영기법과 이론, 통찰 등을 소개합니다. 서울대 MBA스쿨 및 동아일보와 함께 천재 경영이론가들이 펼치는 지식의 향연을 즐기시기 바랍니다. 편집자 주》

“한국 기업의 경쟁 전략은 한국 내에서 거둔 경쟁 우위를 국제적으로 확장시키는 것에 초점을 맞춰야 합니다. 한국 기업들이 싸이월드 같은 소셜 네트워킹 서비스, 무선통신, 전자상거래, 온라인게임 부문에서 엄청난 성공을 거뒀지만 이 분야의 국제 리더가 되지 못했습니다. 문화적 경계를 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조직 행동과 경쟁 전략 모델 분야의 세계적 석학인 스티븐 머자이어스 뉴욕대 교수가 한국 기업들에 던진 충고다. 서울대 글로벌 MBA에서 경쟁전략을 강의하기 위해 2주간 내한한 머자이어스 교수는 “국내 시장에서의 성공을 바탕으로 중국 시장에 진출하려는 한국 기업은 리눅스 식의 ‘열린 연대’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쟁 전략을 가장 잘 구사하고 있는 기업이나 최고경영자(CEO)는 누구입니까.

“과거에 굉장했으나 어려움을 겪었던 회사를 다시 살려내 더 크게 번창시킨 리더들이 좋은 경쟁전략을 구사하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IBM의 샘 팔미사노, 제록스의 앤 멀케이, 애플의 스티브 잡스 등이 이에 해당합니다.”

―지역(local) 시장에서의 경쟁과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이 가지는 가장 큰 차이점은 무엇입니까.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은 문화적 장벽이라는 요소 때문에 지역 시장에서의 경쟁보다 훨씬 치열하고 어렵습니다. 어떤 일이든 경계선을 넘는 것은 상당히 힘든 일입니다. 물론 내수 시장에서도 어떤 회사와 다른 회사 사이에는 분명한 경계선이 있고, 같은 회사 내에도 부서 간 경계가 존재합니다. 하지만 경계선을 넘는 과정에 문화적 차이, 특히 언어의 차이가 있다면 이를 극복하는 것이 힘들 수밖에 없죠. 미국 기업이나 인도처럼 영어를 사용하는 나라의 기업들이 다른 나라보다 국제적 장벽을 잘 뛰어넘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현 시점에서 미국은 가장 큰 시장을 갖고 있으며 미국 위주로 국제 시장이 돌아가고 있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습니다.”

―한국 기업들이 성공적인 경쟁전략을 구사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자국 내의 경쟁력을 지렛대 삼아 세계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는 것이 한국 기업이 할 일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문화적 경계선을 넘어 다른 나라에서 성공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죠. 무선통신, 전자상거래, 온라인게임, 인터넷 소셜 네트워킹 부문의 한국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을 점령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한국의 싸이월드를 살펴볼까요. 소셜 네트워킹 사업을 싸이월드만큼 성공적으로 번창시킨 예는 세계 어느 곳에도 없습니다. 미국의 대표적 소셜 네트워킹 업체인 마이스페이스나 페이스북은 미국 내에서 싸이월드가 한국에서 거둔 만큼의 큰 이익을 내지 못했습니다. 이는 소셜 네트워킹 산업에서는 싸이월드가 국제적 기준이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하지만 싸이월드의 어마어마한 성공에도 불구하고 국제적으로 싸이월드 사업 방식을 따라 하는 기업은 없습니다. 싸이월드가 미국에서 한국만큼 성공하지 못한 것은 문화적 경계선을 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무선통신, 전자상거래, 온라인게임도 마찬가지입니다. 한국은 무선통신과 휴대전화 사업에서 국제 리더가 되어야 마땅합니다. 하지만 아직 이 분야의 한국 기업이 세계 시장을 충분히 이끌어가고 있다는 평가를 내리기는 어렵습니다.

싸이월드가 한국에서 거둔 성공은 애플이 미국에서 거둔 성공과 비슷합니다. 고객이 자사 제품이나 서비스에 느끼는 친밀도와 충성도를 다른 제품이나 서비스, 다른 시장으로 확장하는 데 애플이 싸이월드보다 좀 더 뛰어났다는 것이죠.”

―애플과 싸이월드의 차이점을 좀 더 자세하게 설명해주실 수 있나요.

“싸이월드 사용자는 싸이월드 웹사이트에 엄청난 친밀도를 느끼고 있습니다. 싸이월드가 고객과 제품 사이에 우호적인 관계를 만드는 데 뛰어난 능력이 있다는 의미입니다. 애플의 아이팟과 고객의 관계 역시 비슷합니다. 다만 애플은 아이팟에만 멈추지 않고 아이팟 이후의 제품이나 아이팟 시리즈의 모든 제품에서 고객과의 친밀한 관계를 만드는 데 성공했죠. 미국 이외의 시장에서도 말입니다. 물론 소셜 네트워킹 사업에서 문화적 요소가 차지하는 비중은 아이팟에서 문화적 요소가 차지하는 비중보다 훨씬 큽니다. 따라서 둘을 직접 비교하는 것이 약간 불공평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어쨌든 애플은 국제적으로도 성공을 거뒀고 싸이월드는 그렇지 못했습니다. 한국에서 뛰어난 성공을 거둔 회사들이 국제적으로도 성공하려면 애플의 비결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국내에서 성공한 사업을 국제적으로 수출하지 못하는 것이 한국 기업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아이팟의 경우 젊은층은 애플에 열광하지만 모든 세대가 그런 것은 아닙니다. 애플이 가족 전체를 위한 제품을 만들지 못했다는 것은 애플 역시 한 제품에 대한 고객들의 충성도와 친밀감을 완벽하게 확장하지는 못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최근 싸이월드는 해외 시장 중 중국을 중점적으로 공략하려 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현명한 선택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국은 중국과 오랫동안 문화적으로 교류해 왔기 때문에 서로의 문화를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한국에서 성공한 수많은 온라인게임이 중국에서도 인기가 많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이는 싸이월드를 비롯한 한국 기업이 중국 시장에서 성공할 확률이 더 높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국내에서의 경쟁력을 해외 시장에서도 발휘하려는 한국 기업이 본보기로 삼을 만한 기업은 어떤 기업입니까.

“IBM의 리눅스 사업 전략은 한국 기업들이 리더십을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를 알려준다고 생각합니다. IBM은 2001년부터 리눅스 사업 부서를 발족하는 등 어느 업체보다 앞서 리눅스 시장을 개척하고 발전시키기 위해 공을 들였습니다. IBM은 회사의 자원으로 다른 기업들을 사들이지 않고, 자만하지도 않았으며, 다른 회사들에 IBM의 방식을 따르라고 요구하지도 않았습니다. IBM은 리눅스 판매를 시작했을 때 다른 기업들과 자주 교류하면서 수많은 엔지니어를 초청하기도 했습니다.

한국 기업들도 이런 식의 리더십을 보여야 합니다. 국내 시장에서의 성공을 바탕으로 중국 시장에 진출하려는 한국 기업은 중국 기업들과 손잡고 리눅스 식의 오픈된 협력 관계를 구축해야 합니다. 이는 독점 위험을 방지할 수 있는 중요한 수단이기도 합니다.”

하정민 기자 dew@donga.com

:스티븐 머자이어스 교수는…

스티븐 머자이어스 교수는 컬럼비아대에서 경제학을 전공하고 스탠퍼드대에서 통계학으로 석사, 경영학으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뉴욕대 경영대학원(스턴 비즈니스스쿨) 교수로 재직하면서 조직행동과 경쟁전략 모델을 중점 연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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