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서민 생활비 30% 절감’ 이명박 공약이 무색한 현실

  • 입력 2008년 5월 28일 22시 53분


트럭을 몰며 수박 행상을 하는 이효열 씨는 한나절 동안 10만 원어치를 팔아봐야 1만 원 남기기도 힘들다고 하소연한다. 요식업자들은 내수경기 위축과 미국산 쇠고기를 둘러싼 광우병 논란에 조류인플루엔자(AI) 파동까지 겹쳐 폐업을 고민 중이다. 어민들은 어업용 면세유(경유) 가격이 1년 전보다 2배가량 뛴 탓에 출어를 포기하고 있다.

물가는 치솟는데 경기는 빠른 속도로 얼어붙으면서 서민들의 살림이 한계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유가 및 물가 상승으로 예전의 생활수준을 유지하기도 힘든데 경기 위축과 고용 불안으로 수입은 줄었다. 경기가 나쁘면 경제적 약자인 서민이 역시 최대의 피해자다.

이명박 대통령은 후보 시절 “집권하면 서민들의 주요 생활비를 30% 절감하겠다”고 공약했다. 2006년 4인 가구 기준으로 △자동차 기름값 △통신비 △고속도로 통행료 △약값 △사교육비 △보육비 등 6개 분야에 월평균 148만2000원이 드는데 그 비용을 매달 44만 원, 연간으로는 530만 원 줄이겠다고 수치까지 제시했다.

그러나 취임 이후 서민들이 체감하는 생활비는 오히려 늘었다. 출퇴근길 고속도로 통행료 인하만 정책으로 반영됐을 뿐 다른 공약은 언제 이행되는지조차 불투명하다. 3월에 유류세를 10% 낮췄지만 유가가 뛰는 바람에 인하 효과는 벌써 흔적도 없다.

정부는 어제 “영세서민이 쓰는 가스·전기요금, 난방 및 주유대금 중 일부를 무상 지원하고 유가보조금 지급기한을 연장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고유가로 고통받는 서민의 삶을 충분히 헤아린 대책으로 보기엔 미흡하다. 유류세를 낮추면 세수(稅收)가 줄고 불필요한 자동차 운행을 부추길 수 있다는 게 정부의 논리다.

하지만 상황의 심각성을 고려하면 세금 인하를 포함한 근본적인 처방을 고민할 때가 됐다. 정부의 세수입은 작년에도 목표를 초과해 남는 돈으로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논의할 정도다. 세금을 깎아주면 내수를 살리는 데도 도움이 된다. 고유가가 피할 수 없는 현실이라면 세계적으로도 높은 수준인 유류세를 경제 여건의 변화에 맞춰 조정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정부는 경제정책의 최우선 순위를 서민경제의 안정과 고통 완화에 두고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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