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서울디지털단지 같은 成功모델 많이 나와야

  • 입력 2008년 5월 26일 22시 51분


서울 금천구 가산동과 구로구 가리봉동 일대에 자리 잡은 구로공단은 1964년 정부가 수출진흥을 내걸고 조성한 국내 첫 번째 공단이다. 섬유 봉제 가발 전기제품 등 경공업 분야에서 수출입국에 기여했다. 그러나 1980년대부터 노사갈등과 임금상승, 3D(더럽고 위험하고 어려운 일) 기피현상에 휩쓸려 1990년대 중반에는 슬럼화하고 말았다.

그 구로공단이 화려하게 부활했다. 2000년 ‘서울디지털산업단지’로 탈바꿈한 것을 계기로 대기업의 연구개발(R&D) 및 시제품 생산시설, 지식산업, 정보통신, 소프트웨어, 패션디자인 관련 기업이 2002년부터 잇따라 입주했다. 중소 벤처기업들도 몰려들었다. 조립 PC업체인 앱솔루트코리아가 입주하자 PC주변기기 업체들이 따라왔다.

단지 내 고용인원이 10만 명을 돌파했다. 최근엔 매달 1000명씩 늘어나는 추세다. 이런 변신을 가능하게 해준 핵심동력(動力)은 규제완화다. 정부가 1996년 아파트형 공장에 대해서는 수도권 공장총량제를 적용하지 않기로 하고, 민간도 아파트형 공장을 설립할 수 있도록 규제를 풀어준 것이 오늘의 서울디지털단지를 만든 기반이 됐다. 도심에 있는 이 단지는 수도권의 지식 인프라를 활용하기 쉽고, 공장용 아파트 매입가격이 싸다. 교통여건이 유리하고, 관련 기업들이 한곳에 모여 있어 네트워크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이런 이점을 보고 70여 곳의 아파트형 공장에 7500여 업체가 자리 잡았다.

수도권 규제완화가 성장과 일자리 창출의 원동력이 될 수 있음을 서울디지털단지가 보여준다. 그러나 아직도 지하 사무실 사용이나 판매시설 설치에 관한 규제가 걸림돌로 남아 있어 입주업체들은 “디지털시대에 아날로그 규제 때문에 힘들다”고 불평한다. 규제를 더 적극적으로 풀어야 한다.

서울디지털단지 같은 성공모델이 더 많이 나와야 한다. 서울시내 성수 가양 문래 양평 등 공업지대를 도시형 첨단산업단지로 재정비하는 데서도, 경기 반월∼시화, 인천 남동공단에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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