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 사회에서는 보건의료서비스가 성장산업이고, 세계화시대에는 관광이 성장산업이다. 이 접점에 의료관광산업이 있다. 손재주가 뛰어난 우리나라 의사들은 외과 치과 진단검사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실력을 자랑한다. 의료산업에 대한 가격통제정책 때문에 값도 싸다. 의료관광강국의 잠재력이 충분하다는 얘기다. 한국관광공사가 최근 러시아 극동지역 주민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더니 80%가 한국으로 의료관광을 갈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의료관광은 관광객도 유치하고, 병원 수익도 올릴 수 있는 꿩 먹고 알 먹는 전략산업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의료산업을 신(新)성장동력으로 삼겠다고 한 것도 그래서다. 그런데도 앞서가는 것은 민간 병원들과 대구 부산 같은 지방자치단체뿐이다. 의료관광 인프라를 조성하고 규제를 철폐해야 할 중앙 정부와 국회는 오히려 발목을 잡고 있다.
이미 많은 나라가 의료관광으로 경제 도약의 발판을 마련하고 있다. 태국은 호텔급 서비스와 시설을 구비한 병원과 유학파 의료진에다 관광자원을 합쳐 지난해에만 150만 명의 환자를 유치했다. 유럽에서는 헝가리와 폴란드, 중동에서는 레바논과 두바이가 의료관광의 허브다. 헝가리의 ‘치과관광’은 세계적으로 유명해 서유럽은 물론 미국에서도 환자가 찾아간다. 헝가리의 서비스수지 흑자에는 치과관광도 크게 기여했다.
우리나라는 높은 의료 수준과 가격 경쟁력에도 불구하고 의료관광은 걸음마 단계다. 지난해 645만 명의 외국인 관광객 중 의료관광객은 2만 명뿐이었다. 마케팅 부족, 언어소통 애로, 의료사고 관련 법제도 미비, 환자 및 동반자 비자 발급 등도 문제지만 외국환자 유인 및 알선을 금지하고 있는 의료법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정부와 국회는 의료관광의 법제도적 장애물을 확 걷어내 의료관광이 신성장산업으로 뿌리내리도록 지원해야 한다. ‘메디컬 입국(立國)’ 한번 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