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핵 진전위해 식량을 지렛대로 활용”

  • 입력 2008년 5월 19일 03시 01분


한미일 6자회담대표 오늘 회동북핵 6자회담 한국 측 수석대표인 김숙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미국 워싱턴에서 열리는 6자회담 한미일 수석대표 3자 회동을 위해 18일 출국했다. 3국 수석대표는 북한의 핵 신고에 대한 검증 방법과 다음 달 6자회담 개최 방안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연합뉴스
한미일 6자회담대표 오늘 회동
북핵 6자회담 한국 측 수석대표인 김숙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미국 워싱턴에서 열리는 6자회담 한미일 수석대표 3자 회동을 위해 18일 출국했다. 3국 수석대표는 북한의 핵 신고에 대한 검증 방법과 다음 달 6자회담 개최 방안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연합뉴스
■ 美, 대북 식량지원 내달 재개

1990년대 이후 북한에 가장 많은 식량을 인도적으로 지원해 왔던 미국이 3년 만에 대북 식량 지원을 다시 시작한다.

다음 달부터 1년 동안 지원되는 50만 t은 1999년 이후 연간 기준으로 가장 큰 규모다.

미국 국무부 숀 매코맥 대변인은 17일(현지 시간) “이번 지원이 순수한 인도적 차원이며 핵 문제 해결을 위한 6자회담과는 관련이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북-미 핵 협상 과정과 긴밀하게 연계된 식량 지원 과정을 보면 6자회담에 대한 보상 또는 인센티브로서의 정치적 성격이 강하다는 평가다.

이 과정에서 ‘분배의 투명성’ 확보는 다소 후퇴한 것으로 보인다.

▽대북 식량 지원 ‘큰손’의 활동 재개=미국은 1990년대 최악의 경제난을 겪은 북한에 세계 최대의 인도적 식량 지원 국가였다.

미국은 국제기구인 세계식량계획(WFP) 등을 통해 1996년 1만9500t을 시작으로 2004년까지 연간 최고 69만 t의 식량을 지원했다.

그러나 핵 문제를 둘러싼 북-미 관계 악화 속에서 북한이 2005년 WFP 직원들을 추방하고 2006년 미사일 발사와 핵 실험 등을 강행하면서 지원을 중단했다.

지난해 북한 식량 위기설이 다시 번지자 북-미 양국은 식량 지원 재개 문제를 협의해 왔다. 올해 3월 이후 미국 정부 관리들이 잇달아 한국과 북한을 방문하면서 식량 지원 협상이 급물살을 탔다.

▽6자회담 진전을 위한 경제적 수단=이번 식량 지원에는 정치적 의도가 강하게 배어 있다. 임기 내에 북한 핵문제 진전을 바라는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북한과의 협상에 식량 지원을 지렛대로 사용한 측면이 강하다.

서재진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미국은 과거 중국 정부가 인권문제를 개선하도록 유도하는 데 인도적 지원을 활용했다”며 “이번에도 북한의 비핵화라는 정치적 목적을 위해 인도적 지원을 표방한 경제적 수단을 적절하게 활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미국의 대북 식량 지원 과정은 북-미 핵 협상 진전에 철저하게 연동됐다. 3월 13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북-미 핵 협상의 돌파구를 열게 되자 미국은 50만 t 식량 지원설을 공식화하고 국무부 관리를 한국에 보내 북한 식량난에 대한 자료를 수집했다.

4월 8일 북-미 싱가포르 양자회담이 성공리에 끝나자 WFP는 전 세계에 북한 식량난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미국 국무부는 성 김 한국과장이 10일 1만8000여 쪽에 이르는 북한 핵 서류를 들고 판문점을 넘어온 후 대북 식량 지원 계획을 최종 발표했다.

▽분배의 투명성 문제에서는 한 발 양보=1990년대 이후 미국의 대북 인도적 지원을 연구한 마커스 놀랜드(미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 스티븐 해거드(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 주립대 태평양국제관계대학원 교수) 박사는 저서 ‘북한의 선택’(2007년)에서 북한 당국이 지원품의 상당량을 권력층에 배분하거나 시장에서 판매하는 등으로 전용했다고 주장했다.

워싱턴포스트는 17일 미국과 북한이 이런 우려를 없애기 위해 65명가량의 외부 모니터링 요원을 배치하는 데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북한이 식량 지원 주체인 WFP에 임의 모니터링을 허용하고 창고 및 기타 시설에 접근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는 것.

그러나 미국은 당초 북한에 식량을 직접 지원하고 모니터링도 직접 하겠다고 주장했으나 협상 과정에서 WFP를 통한 간접 지원 방식으로 후퇴했다. 또 WFP가 한국어를 할 줄 아는 모니터링 요원을 배치하는 것은 허용하지만 한국인 출신(ethnic Korean)은 국적과 관계없이 불허한다는 북한의 주장을 수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광민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과거와 크게 달라지지 않은 모니터링 방식으로는 지원된 식량이 군대 등 권력자들에게 전용되는 문제를 막을 수 없다”며 “차라리 이번 식량이 6자회담 협조의 대가라고 하는 것이 솔직하다”고 주장했다.

신석호 기자 kyle@donga.com

워싱턴=이기홍 특파원 sechepa@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