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 카페]백화점 “고객만족” 허망한 구호

  • 입력 2008년 5월 6일 03시 00분


며칠 전 친구와 함께 롯데백화점 미아점에서 쇼핑한 적이 있습니다. 백화점을 나선 지 30분쯤 뒤에 기자의 휴대전화로 한 통의 전화가 걸려 왔습니다. 우리가 들른 의류매장의 직원이었습니다.

그는 “친구가 입어 본 티셔츠에 화장이 묻었으니 다시 와서 그 옷을 사 가든지 세탁비를 물어 달라”고 했습니다. 전화번호를 가르쳐 준 적도 없는데 이런 전화가 걸려 와 무척 당황했습니다. 아마 해당 브랜드의 멤버십카드 회원인 제 휴대전화 번호를 찾아내 연락한 듯했습니다.

기자는 “옷을 건네받을 때는 제대로 확인도 하지 않고 뒤늦게 무슨 소리냐?”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이 직원은 “옷을 사든지 아니면 세탁비를 물어내라”는 주장을 반복했습니다. 결국 친구가 “미안하게 됐다”고 사과하는 선에서 마무리됐지만 뒷맛이 씁쓸했습니다.

롯데백화점은 국내 1위 백화점이라고 자부합니다. 하지만 ‘한국 간판 백화점’의 이 같은 행태에 실망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얼마 전 일본의 한 서비스컨설턴트가 쓴 책 ‘마케팅은 짧고 서비스는 길다’를 읽은 적이 있습니다. 경기 불황에서도 번성한 일본 이세탄백화점의 성공전략을 다룬 책입니다. 이세탄백화점은 매장을 가리켜 ‘파는 곳’이라는 뜻의 ‘우리바(賣場)’ 대신 ‘사는 곳’을 일컫는 ‘오카이바(お買場)’라고 부를 정도로 고객을 존중해 왔습니다.

공교롭게도 이 책을 한국어로 번역한 사람은 이철우 롯데백화점 사장입니다. 지난해 2월 취임한 이 사장은 ‘우리 회사의 주인은 고객이십니다’라는 사시(社是)를 만들 정도로 고객 만족을 강조해 왔습니다. 하지만 정작 고객을 대면하는 매장 직원들의 서비스는 아직 요원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백화점 매장 직원들은 대부분 백화점 소속이 아닌 해당 브랜드를 운영하는 협력회사의 직원입니다. 서로 다른 회사에서 온 매장 직원들의 서비스 역량을 이끌어 내는 것은 백화점의 몫이죠. 백화점 간의 경쟁은 결국 고객을 얼마나 존중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롯데백화점은 지난해 러시아 모스크바에 백화점을 연 데 이어 7월엔 중국 베이징(北京)에 진출합니다. 해외에서 성공하려면 먼저 국내 고객부터 만족시켜야 하지 않을까요?

신성미 기자 산업부 savori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