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안전시설 제로’ 나루터가 참사 키웠다

  • 입력 2008년 5월 5일 02시 59분


충남 보령 앞바다에서 높이 10m가량의 파도가 쳐 죽도 나루터와 인근 갯바위에서 낚시와 관광을 즐기던 가족들이 파도에 휩쓸려 22명이 숨지거나 실종됐다. 실종자들은 대부분 숨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어린이날을 하루 앞둔 연휴에 어린이가 8명이 죽거나 다쳐 마음을 아프게 한다.

전체 피해자 중 17명이 죽도 나루터에서 바다를 구경하던 관광객이었다. 죽도는 서해안 최대 해수욕장인 대천해수욕장과 인접한 곳으로 평소에도 관광객이 몰리는 곳이었지만 높은 파도나 해일에 대비한 대피시설이나 구명장구가 갖춰져 있지 않았다. 이번에 죽도 나루터에서 생선을 손질하던 50대 여인이 포장마차 쇠파이프를 잡고 목숨을 구한 것을 보더라도 최소한의 안전시설만 있었으면 인명 피해를 크게 줄일 수 있었을 것이다.

안전시설 제로지대는 나루터만이 아니다. 동해안의 경우 방파제 사고가 매년 100건가량 발생한다. 올해 2월 강릉시 안목항 방파제에서는 방파제를 걷던 관광객들이 너울성 파도에 2명이 숨지고 11명이 중경상을 입는 대형 사고가 났다. 같은 달 삼척시 원덕읍 신남항 방파제에서는 사진 촬영을 하던 관광객이 파도에 휩쓸려서 바다로 추락해 다쳤다.

나루터와 방파제는 본래 관광이나 낚시를 위해 설치된 것이 아니라 파도로부터 부두와 선박을 보호하기 위해 설치된 것이다. 라이프 라인이나 안전 손잡이 같은 안전시설이 거의 없어 실족 및 추락사고 발생 시 인명 피해 우려가 매우 높다. 나루터와 방파제를 만들 때 기초적인 안전시설이라도 해놓으면 인명 피해를 줄일 수 있을 것이다. 낚시꾼이 많이 몰리는 갯바위에도 붙잡고 파도를 버틸 수 있는 쇠기둥이라도 박아놓으면 이번과 같은 사고에서 생명을 구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이날 사고지역 해상에는 강한 바람에 높은 파고가 예상된다는 기상 예보는 있었으나 해일주의보는 발령되지 않았다. 지구 온난화로 인한 기상이변이 자주 발생하는 요즘 나루터나 방파제 인명사고를 천재지변으로만 돌려서는 안 된다. 안전 펜스 설치, 구명장구 현장 비치 같은 안전 조치가 강화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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