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88주년]은행들 해외진출 원년 “살아남으려면 밖으로”

  • 입력 2008년 4월 1일 02시 53분


국민은행은 최근 카자흐스탄 센터크레디트은행(BCC)의 지분 약 30%를 6억3400만 달러(약 6200억 원)에 사들였다. BCC는 카자흐스탄 6위(자산규모)의 은행. 국민은행 측은 “앞으로 BCC의 지분을 50.1%까지 늘려 경영권을 확보할 것”이라며 “BCC를 중앙아시아 진출의 교두보로 키우겠다”고 밝혔다.

국민은행의 BCC인수는 지금까지 국내 은행들의 해외 진출에 비해 한 단계 더 나아간 것이란 평가를 받았다. 은행들의 해외 진출은 이제까지 국내 기업의 해외 진출을 돕기 위해 해외에 지점이나 사무소를 내는 수준에 머물러왔으나 이제는 현지인 대상 영업으로 업그레이드되고 있다.

○ 행장들, 해외진출의 선봉에 서다

하나은행은 지난해 12월 인도네시아 현지은행인 빈탕 마눙갈 은행의 지분 61%를 인수하고 올해 3월부터 본격 영업에 들어갔다. 또 같은 달 중국 지린(吉林)에 있는 지린은행과 지분참여를 비롯한 포괄적 업무제휴를 위한 전략적 제휴 의향서를 체결했다.

하나은행 측은 “러시아와 캄보디아에서도 현지 은행을 인수하거나 신설할 것”이라며 “2010년까지 진출 국가를 현재의 8개 국가에서 16개국으로 늘리고, 해외 부문의 이익 비중을 1.6%에서 6.0%로 끌어올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 신한은행은 지난해 11월 캄보디아에 ‘신한크메르은행’을 개설하는 등 현재 11개 국가에 34개 영업망을 갖고 있다.

시중은행들의 해외진출에는 각 은행의 행장들이 앞장서고 있다.

기업은행은 최근 출장소 수준이던 베트남 호치민 사무소를 지점으로 승격시켰고, 이를 기념하기 위해 윤용로 기업은행장이 직접 베트남을 찾아 현지인들과 면담하기도 했다. 박해춘 우리은행장은 2월 말 중국 정부로부터 위안화 영업 승인을 얻기 위해 베이징(北京)을 찾아 동분서주하기도 했다.

○ 해외진출 성공의 열쇠는 현지화 여부

시중 은행들이 올해를 해외진출의 ‘원년’으로 삼은 것은 이미 포화상태에 이른 국내 시장에서 벗어나지 않고는 성장은커녕 생존도 어렵다는 현실인식 때문이다.

국내 시중은행들이 지난해 상반기(1∼6월) 해외에서 올린 순이익은 전체 순이익의 0.8∼11.5% 수준에 그쳤다. 증권가에서 은행을 대표적 내수업종으로 꼽고 있는 이유다. 이에 비해 미국 씨티은행은 순이익의 47%(2006년 기준)를 해외부문에서 올렸다.

은행들이 새로운 수익원을 찾아 앞 다퉈 해외로 나가고 있지만 성공을 위해서는 보다 현지화한 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한국금융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국내은행의 해외진출 현황 및 전략’ 자료에 따르면 국내 은행의 해외진출을 나타내는 다국적화 지수(TNI)는 지난해 말 기준 5.2%에 그쳐 2004년 미국(24.7%), 영국(40.3%)의 수준에 턱없이 못 미쳤다.

강종만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내은행 해외점포의 현지 국내기업 및 교포에 대한 여신 비중은 2005년 55.7%였지만, 외국인 및 외국기업에 대한 여신 비중은 7.6%에 불과했다”며 “은행의 해외진출이 질적, 양적으로 성공하려면 현지 직원의 채용확대, 현지 금융인의 경영참여 등을 통한 해외 점포의 현지화 전략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이나연 기자 larosa@donga.com

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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