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한나라당, 두 李씨 동반 불출마로 갈등 수습을

한나라당 강재섭 대표가 어제 저녁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총선 불출마를 전격 선언했다. 박근혜 전 대표까지 나서서 공천 파행에 대한 당 지도부 책임을 따지자 “내가 모든 책임을 지겠다”며 이같이 결단한 것이다.

강 대표는 “대권이 무엇이고 당권이 무엇이냐. 모두 국민을 위해 필요한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이재오 전 최고위원과 이방호 사무총장부터 이 말을 새겨들어야 한다. 본란이 거듭 지적했듯이 두 이 씨는 당 안팎에서 공천 파행의 주역으로 지목돼 왔다. 이들은 공천을 ‘제 사람 심기’의 기회로 이용하려 한다는 비난까지 받으며 당의 분열을 촉발했다.

그런데도 이 사무총장은 “몇 사람 나간다고 당이 어떻게 되는 것 아니다”라고 일축해 반발을 키웠고, 이 전 최고위원은 자신이 천거했던 사람들도 공천에서 많이 탈락해 “억울하다”는 등 여론과 동떨어진 반응을 보여 왔다. 억울하기로 치면, 공천 파동에서 한발 비켜서 있던 강 대표가 박 전 대표한테서 수모를 당한 것이 더 억울할 것이다.

이 전 최고위원도 어젯밤 이상득 국회부의장과 ‘동반 불출마’ 용의를 시사했다고 하지만 그가 애당초 당의 화합을 중시하며 처신했더라면 당이 이처럼 곤경에 빠지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는 작년 대선 경선 과정에서도 당내 분란의 진원(震源)이었다.

이명박 대통령의 형인 이상득 국회부의장도 결단을 해야 한다. 공천 파동의 중심에 있지 않았지만 대국적 차원에서 공천을 반납하는 것이 당 원로로서 슬기로운 처신일 것이다. 당이 순탄하게 갔다면 정부와 당, 그리고 의회를 잇는 고리로서 그의 역할이 있었겠지만 지금 상황은 이를 뛰어넘는 더 큰 정치를 요구하고 있다.

대선에서 이명박 후보가 압도적 표차로 승리한 것은 좌파정권 아래서의 ‘잃어버린 10년’을 만회하고 선진화의 토대를 닦아달라는 시대적 소명(召命)이었다. 이를 한낱 당권 싸움 때문에 저버릴 것인가. 누구든 소리(小利)에 집착하다간 그 작은 이익마저 잃기 십상이다.

이 부의장의 사퇴를 촉구한 공천자 50여 명도 명심해야 한다. 그들이 후보 등록 개시를 하루 남겨놓고 집단행동을 한 것은 순수하게 보이지 않는다. “공천을 반납하겠다”고 했지만 이는 그야말로 위협일 뿐이다. 그들의 행동이 당 지지율 저하에 따른 개인적 불안감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지탄받아 마땅하다. 박 전 대표도 한나라당의 영향력 있는 당인(黨人)으로서의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