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는 기업 역량 강화와 우수한 관행 전파를 위해 만든 미국의 비영리조직 '기업집행이사회(CEB· Corporate Executive Board)'가 전 세계 500개 기업이 반세기동안 경험했던 '성장 정체' 현상에 대해 연구한 결과다. 이 연구 성과는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 3월호에 실렸으며 제휴 매체인 동아비즈니스리뷰(DBR) 5호(11일 발행)에 전문이 소개돼있다.
● 급성장 후 돌연 정체현상 나타나
연구팀이 전 세계 500개 대기업의 1955~2006년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급성장을 거듭하던 기업들의 상당수는 갑작스럽게 침체에 빠졌다. 이들 기업은 성장 정체가 나타나기 4~5년 전까지 평균 7~9%대의 높은 매출 증가율을 기록했다. 특히 정체가 시작되기 직전년도에는 평균 매출 증가율이 13.9%에 달했다. 하지만 이듬해에 갑자기 성장률이 0.5%로 추락했다가 이후 10여 년 간 0~2%대에 그쳤다.
실제 청바지 '리바이스'로 유명한 '리바이스트라우스'는 지난 1996년 70억 달러의 매출을 기록하며 사상 최대 실적을 냈다. 그러나 이듬해부터 갑작스런 침체에 빠졌고 결국 2000년 말 매출액이 46억 달러로 줄어들었다. 이번 연구를 주도한 매튜 올슨 CEB 이사는 "3M이나 애플, 다임러벤츠, 볼보 등 굴지 기업들 대부분은 성장 정체 현상을 겪었다"고 밝혔다. 그는 "대부분 실적이 급상승하다가 갑작스럽게 침체가 나타나기 때문에 경영진들은 이런 현상을 사전에 예상하거나 대처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기업 내부 요인이 성장 정체 불러와
갑자기 성장세가 꺾인 요인을 구체적으로 분석해본 결과, 규제(7%)와 경기 불황(4%), 지정학적 요인(1%), 노동시장의 경직성(1%)등 경영자가 통제할 수 없는 외부 환경 때문인 경우는 13%에 불과했다. 반면 혁신 실패나 주력 시장의 조기 포기 등 전략적 잘못이 70%, 내부 역량 부족 등 조직적 요인이 17%를 차지했다.
리바이스트라우스의 경우 한 때 고가 청바지 시장을 장악했지만 경쟁사들이 세련된 디자인의 저가 제품을 출시했을 때에도 이전과 유사한 제품을 내놓다가 성장 동력을 잃었다. 유통업체인 미국 K마트는 한 때 매출액이 급증했으나 시장이 충분히 성숙했다고 판단하고 기존 사업 이외의 새로운 분야에 투자를 확대했다. 하지만 물류 시스템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 원가 경쟁력을 확보한 월마트가 유통 시장에 진입한 후 K마트는 쇠락의 길로 접어들었다. 올슨 이사는 "아무리 성장의 정점에 달한 산업이라 해도 확고한 수익 목표를 갖고 관리해야 한다"며 "아울러 지속적인 투자로 새로운 잠재 비즈니스 모델을 발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존 신념 재점검해야 정체 예방
성장 정체 현상을 막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기업이 갖고 있는 기본 신념과 가정을 지속적으로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여러 부서원들이 참여하는 가칭 '기업신념 확인팀(core-belief identification squad)'을 구성하는 게 좋다고 연구진은 지적했다. 이 팀은 △우리가 속한 산업은 무엇이고 진짜 고객은 누구인지 점검하며 △고객이 지적하더라도 절대 들으려 하지 않는 사항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산업 내 '규칙'을 깨고 성공한 기업과 이들이 극복했던 전통적 관례가 무엇인지 알아봐야 한다는 것.
연구진은 또 전략을 검토하는 주요 회의에 벤처투자 전문가를 참여시켜 외부인의 시각에서 현재 기업 전략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점검할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한다는 점도 지적했다. 또 임원 승진을 앞둔 능력 있는 인재들로 '예비 임원진'을 구성, 이들의 역량을 키울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남국기자 marc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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