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장택동]다르푸르 학살 5년…美·中특사 희망 건질까

  • 입력 2008년 2월 26일 03시 01분


“지옥을 보는 것 같다. 도대체 여기서 어떻게 사람이 살아갈 수 있다는 말인가.”

수단 다르푸르에서 4년째 의료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뉴질랜드인 간호사 리사 프렌치 블레이커(36·여) 씨는 영국 일간지 데일리메일에 보낸 편지에서 최근 다르푸르의 모습을 ‘지옥’으로 표현했다.

유엔이 ‘21세기의 첫 대학살’로 규정한 다르푸르 분쟁이 발생한 지 26일로 만 5년이 된다.

종족 종교 갈등으로 빚어진 다르푸르 분쟁을 해결하기 위해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막대한 자금과 인력을 투입해 왔다.

지금까지 다르푸르 주민을 구호하는 데 8억4900만 달러(약 8100억 원)를 쏟아 부었고, 이와 별도로 평화유지군을 보내고 유지하는 데 12억 달러가 들었다.

그러나 20일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다르푸르의 상황은 심각하게 악화되고 있다”고 토로한 것처럼 해결 기미는 아직 보이지 않는다.

당초 유엔과 아프리카연합(AU)은 2만6000명 규모의 평화유지군을 다르푸르에 파견할 계획이었지만 수단 정부의 반발과 세계 각국의 무관심 속에 9100여 명만 투입하는 데 그쳤다.

이달 들어서도 수단 정부군과 정부의 지원을 받는 민병대(잔자위드)는 두 차례에 걸쳐 다르푸르 지역에 대규모 공습 및 폭격을 감행했다. 이로 인해 1만2000명의 새로운 난민이 발생했다고 AFP통신은 전했다.

전문가들은 당초 600만 명의 주민이 살던 다르푸르에서 5년 동안 ‘인종 청소’라는 명목 아래 20만 명이 목숨을 잃었고 250만 명은 난민이 됐다고 추산한다. 셀 수 없이 많은 성폭행과 불법 감금, 납치, 폭행도 빚어졌다.

더욱이 주민들은 말라리아를 비롯한 각종 전염병과 식수 및 식량 부족으로 이중삼중의 고통을 겪고 있다.

지난해 10월 유엔이 주도한 중재 협상을 반군 측 지도자들이 거부한 뒤 협상은 교착 상태에 빠졌다.

이런 가운데 한 가닥 희망의 불씨가 되살아났다. 다르푸르 분쟁 악화의 책임을 서로 미루던 미국과 중국이 24일 분쟁 해결을 위한 특사를 현지에 파견하는 등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인간의 존엄성은 그가 어느 지역에 살든, 어느 인종에 속하든 지켜져야 한다. 수단 정부의 적극적인 해결 노력과 국제사회의 실질적인 대책 마련이 절실한 시점이다.

장택동 국제부 will7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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