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욱이 총 495억 원이 드는 경호경비 시설, 생태공원, 웰빙 숲, 시민문화센터, 전통테마마을의 건립 및 조성, 공설운동장 개보수는 원래 계획대로 진행되고 있다. 이에 드는 예산 가운데 지방자치단체의 지방비를 제외한 국고 및 행정자치부 특별교부세 지원 규모만도 211억 원에 이른다. 이 돈을 왜 국민이 세금에서 부담해야 하는지 납득할 수 없다. 박정희 기념관 건립을 사실상 무산시킨 정부의 최고책임자인 노 대통령이 ‘내 논에만 물대기’를 하는 모양새다. 노 대통령 사저와 봉하마을에 대한 터무니없는 예산 지원에 대해 차기 정부가 특별감사를 벌여 그 진상을 밝혀야 한다.
노 대통령이 퇴임 후 고향으로 돌아가 살겠다는 것 자체는 평가받을 만했다. 그러나 봉하마을 일대에 국비와 지방비를 퍼붓는 것을 보고 노 대통령의 생각이 순수하지 않았다고 생각하는 국민이 늘어나고 있다. 노사모의 성지(聖地)로 만들어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 참으로 알 수가 없다.
같은 경남 출신인 김영삼 전 대통령의 거제도 생가는 본채와 사랑채 2동으로 구성된 목조 기와집으로 초라한 규모다. 거제도 생가는 김 전 대통령이 거주하지 않고 기념물을 전시하는 공간이긴 하지만 서울 상도동에 있는 김 전 대통령의 사저와 비교하더라도 노 대통령 사저와 봉하마을 꾸미기는 도를 넘었다.
시민단체 회원들이 봉하마을에 찾아가 국고 211억 원을 차라리 숭례문 복원비로 쓰는 것이 낫겠다는 주장을 폈다. 봉하마을과 사저 꾸미기보다는 소실(燒失)된 숭례문을 복구하는 데 쓰는 것이 훨씬 의미 있는 일이다.
노 대통령과 측근들이 이쯤 해서 정신을 차리고 스스로 명예로운 결단을 내려 주기 바란다. 국민이 세금 때문에 얼마나 힘겨운지 이제 알 때쯤 되지 않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