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송진흡]印서 인기 현대車‘i10’ 노사탓 국내선 못판다니

  • 입력 2008년 2월 11일 03시 00분


인도 남부 타밀나두 주(州) 첸나이에 최근 준공된 현대자동차 인도 2공장.

연면적 17만6000m²(약 5만3000평) 규모인 이 공장을 취재하다 국내에서 보지 못한 낯선 승용차 모델이 생산되는 것을 발견했다. 1.1L급 엔진이 들어간 소형차 ‘i10’이었는데 날렵한 차체 디자인과 세련된 인테리어가 인상적이었다.

현대차의 한 임원에게 “한국에는 언제 파느냐”고 물었지만 “계획이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그는 계열사인 기아자동차의 경차 ‘모닝’과 시장이 겹치는 데다 소형차의 국내 판매가 신통치 않은 등의 마케팅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한국 본사의 노조가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는 데 있다고 했다.

마케팅 문제는 수긍이 갔다. 하지만 노조 건은 이해가 되지 않아 다시 질문을 던졌다. 그는 해외 법인에서 생산된 모델을 국내에 들여와 팔려면 노조 동의를 받아야 하는데, 일감이 떨어질 것을 우려한 노조가 ‘허락’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한국에서도 생산하면 되지 않느냐고 되묻자 이 임원은 “인도에 대규모 생산라인을 설치했는데 생산비용이 훨씬 높고 시장 규모가 작은 한국에 또 생산라인을 만드는 것은 경제성이 없다”고 일축했다. 국내 자본과 기술로 개발된 좋은 제품을 ‘노조 반대’라는 이유로 국내 소비자는 구경도 못하고 있는 셈이다.

‘글로벌’이 세계 경제의 화두가 된 지 오래다. 제조업체는 인건비가 싸고, 원료 조달이 쉬운 곳에 생산기지를 두고 값싸고 질 좋은 상품을 만들어 전 세계에 판매한다. 유통이나 금융, 의료, 법률 등 서비스 분야도 국경이 사라지는 추세다.

덕분에 소비자들은 ‘선택의 폭’이 넓어지는 것은 물론 같은 제품을 더욱 싸게 살 수 있다. 그러나 국내 자동차 소비자들에게는 해당되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물론 현대차 노사문제는 노조에만 책임이 있는 것은 아니다. 그동안 사측은 파업으로 인한 당장의 손실을 줄이기 위해 자주 노조에 무리한 양보를 했다. 정부도 불법파업에 제대로 ‘원칙’을 적용하지 않는다는 비판을 받곤 했다. 노사정(勞使政)의 문제 때문에 정작 중요한 소비자 권익이 중대한 침해를 받아 온 한국 자동차시장의 고질적 병폐를 언제쯤이면 뿌리 뽑을 수 있을까.

송진흡 산업부 jinhup@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