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특정인 겨냥한 특검’ 길 터준 憲裁 결정

  • 입력 2008년 1월 10일 23시 18분


코멘트
헌법재판소는 어제 ‘이명박 특검법’의 주요 쟁점 가운데 동행명령제를 제외하고 특정인(이명박)을 수사대상으로 삼은 조항과 대법원장의 특별검사 추천 조항 등을 모두 합헌으로 결정했다. 국회의 입법권을 최대한 존중하는 결론을 낸 것이다. 이로써 대선 과정에서 최대 이슈였던 BBK사건에 대한 정호영 특검팀의 수사가 내주부터 시작된다.

헌재의 이례적인 신속 결정으로 ‘이명박 특검’에 대한 정치적 공방은 많이 정리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이번 결정은 국회의 특검법 제정 권한을 광범위하게 인정함으로써 앞으로도 특정인을 겨냥한 정략적 특검법 제정 시도를 부채질할 가능성이 있다.

헌재가 ‘정당한 사유 없이 동행명령에 응하지 않을 경우 1000만 원까지 벌금을 물리도록’ 한 조항에 대해 “참고인의 신체 자유를 억압하고 헌법상 영장주의(令狀主義)에 어긋난다”며 위헌 결정을 내린 것은 타당한 법 논리다. 이에 따라 BBK 주가조작과 ㈜다스 및 서울 강남구 도곡동 땅의 실소유주 의혹 등과 관련한 참고인 조사에 어려움이 따르겠지만, 이 조항 자체가 특정인을 법원의 영장 없이 표적수사하려는 정략의 소산이기 때문에 사필귀정(事必歸正)이다. 헌재 결정으로 대통합민주신당 등이 의도했던 이 당선인에 대한 직접 수사는 거의 물 건너간 셈이다.

헌재는 ‘특정인을 대상으로 삼는 수사’ 조항에 대해 “국회가 제반 사정을 고려해 결정할 문제이고, 여기에는 광범위한 권한이 인정돼야 한다”며 국회의 권한을 남용한 자의적 입법으로 볼 수 없다는 견해를 취했다. 이에 대해 헌재가 특검법을 살리기 위해 헌법정신과 법 논리를 외면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일부 헌법학자는 “이번 특검법은 가장 정략적이고 정치적인 법인데, 헌재 역시 헌법논리가 아닌 정치적 논리에 따라 효력을 존속시켰다”고 비판했다.

헌재의 이번 결정은 특검법에 대한 최초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는 의미에도 불구하고, 특검법의 정치적 남용 여지를 남겼다는 지적도 면하기 어렵다. 물론 헌법기관으로서의 헌재 결정은 당연히 존중돼야 한다. 정치권이건 국민이건 특검 수사를 차분하게 지켜볼 일이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