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 카페]日수도권 규제 완화 이후

  • 입력 2008년 1월 10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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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 출범을 앞두고 ‘수도권 규제 완화’가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습니다.

수도권 규제 완화 여부를 놓고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미묘한 긴장관계마저 형성되고 있습니다. 총선을 앞둔 정치권에서는 아예 공론화 자체를 꺼리고 있습니다.

그러나 2001년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정권 이후 일본의 수도권 규제 완화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과거 일본의 수도권 규제는 한국보다 먼저 시작됐고 수도권의 범위를 도쿄(東京)뿐만 아니라 오사카(大阪)까지 적용해 규제 강도는 더 엄격했습니다.

규제 관련법도 △수도권 내에서 공장 신증설을 금지하는 ‘공장 등 제한법’ △기업의 지방 이전을 장려하기 위해 세제(稅制) 혜택 등 인센티브를 주는 ‘공업재배치촉진법’ △공장 설립 시 녹지 등 환경시설을 일정 비율 이상 확보하도록 한 ‘공업입지법’ 등 다양했습니다. 급속한 산업화로 수도권이 비대해지자 인구와 산업의 집중을 억제하고 국토 균형발전을 위한다는 게 목적이었지요.

하지만 일본의 수도권 규제는 ‘의도치 않은 결과’를 낳았습니다. 기업들이 투자를 보류하거나 아예 외국으로 빠져나가 버린 것이지요. 여기까지는 한국의 현재 상황과 그대로 빼닮았습니다.

일본은 2001년부터 대대적인 수도권 규제 완화에 착수합니다.

투자의 발목을 잡아온 ‘공장 등 제한법’을 과감히 폐지했고 기술 발달로 현실성이 떨어진 환경 규제도 대폭 완화했습니다. 일본 경제산업성에 따르면 1995년 규제 수준을 100으로 봤을 때 2005년 현재 제조업 관련 규제가 23까지 떨어졌다고 하니 거의 ‘환골탈태(換骨奪胎)’ 수준입니다.

규제 완화 효과는 빨랐습니다. 버블 붕괴가 시작된 1991년부터 2002년대 초까지 뒷걸음질했던 설비투자는 2002년부터 증가세로 반전됐습니다. 2002년 844건이었던 공장 신규설립 건수는 2006년에 1782건으로 늘었습니다. 국내 투자뿐만 아니라 일본 내 외국인 직접투자도 2004년에는 사상 최고에 달했습니다.

규제 완화 당시 일본에서는 비판도 적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러나 일본 여론도 이른바 ‘잃어버린 10년’ 동안 135조 엔이라는 거금을 쏟아 붓고도 효과가 없는 잘못된 정책을 용인할 수는 없었던 것 같습니다.

김창원 기자 산업부 chang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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