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돋보기]‘미분양 해법’ 건설업계 자기반성부터

  • 입력 2008년 1월 10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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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7일 수도권을 제외한 지방의 투기과열지구와 주택 투기지역을 이달 중 전면 해제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조치는 지방의 미분양 해소를 위해서는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는 건설업체의 주장을 일부 받아들인 측면이 크다.

지방의 대규모 미분양 사태에는 일정 부분 정부 책임이 있다. 투기를 잡겠다며 가뜩이나 수요가 위축된 지방에 정부가 수도권과 일률적으로 규제를 적용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건설업체도 지방의 대규모 미분양을 초래한 것에 책임이 없는지 짚어 보아야 한다. 지방 실수요자들이 최근 몇 년간 과도하게 오른 고(高)분양가에 저항하고 있기 때문이다.

부산 해운대구 우동의 마린씨티(수영만 매립지)에는 최근 대형건설사인 A사가 3.3m²(1평)당 분양가 평균 1650만 원, 최고 4500만 원에 초고층 주상복합아파트를 분양 중이다.

이 아파트에서 걸어서 5분 거리에는 A사가 지은 또 다른 아파트가 있다. 미분양 물량 해소를 위해 3년 전 분양가인 3.3m²당 평균 880만 원 수준에 분양하고 있다. 거의 같은 입지에서 2배 가까이 가격차가 나는 셈이다. 물론 업체 측에서는 고분양가의 아파트가 조망권이 뛰어나고 희소성도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지역 부동산업계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이런 가격차는 납득하기 쉽지 않다.

현재 분양권 전매 금지 기간인 계약 후 1년이 지난 부산 해운대구 아파트의 분양권은 ‘마이너스 프리미엄’이 붙어 시장에 나오고 있다. 가령 계약금으로 2000만 원을 냈다면 웃돈을 붙여 팔기는커녕 절반 이하의 가격을 받고서라도 되팔겠다는 사람이 많다. 부산의 인기 주거 지역인 해운대 외의 지역에서는 아예 계약금을 한 푼도 건지지 못한다. 오히려 웃돈까지 주면서 다른 사람에게 분양권을 넘기는 형편이다. 실제 3순위까지 청약 일정을 마친 A사의 초고가 주상복합아파트의 청약 성적 역시 초라했다.

건설업계는 투기과열지구와 투기지역 지정, 분양가 상한제 등 각종 투기를 막기 위한 정부 규제에 대해 불만을 품고 있다. 그러나 업계가 정부 탓만 할 때는 아닌 듯하다. 고분양가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가격 상승의 기대감으로 상품을 팔던 ‘추억’은 잊어야 한다. 수요가 있는 곳에 적정한 분양가를 책정해 수요자의 마음을 움직이려는 노력이 우선이다.

정세진 기자 mint4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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