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이기홍]미국인 눈에 비친 ‘이상한’ 한국 대선

  • 입력 2007년 12월 20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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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대학, 싱크탱크, 행정부에서 한반도 문제를 다루는 사람들은 한국에 대해 말할 때 매우 신중하다. ‘일방적 관점’ ‘오만한 잣대’라고 책잡힐 소지를 조심하는 것이다.

한국의 대통령선거 같은 주제에 대해선 특히 더하다. “정말 다이내믹하다”라며 놀라워하면서도 평가는 극구 사양한다. 한국에서 이미 투표가 진행 중이어서 오해를 받을 소지가 사라진 18일(현지 시간) 오후에야 몇몇 전문가는 솔직한 관전평을 털어놓았다.

조지타운대의 A 교수는 “상대방 결점 들추기에 집중한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근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 선거 캠프의 소동과 비교했다.

힐러리 후보의 뉴햄프셔 주 공동선대본부장인 빌리 샤힌 씨는 지난주 언론 인터뷰에서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이 10대 후반 코카인과 마리화나를 복용한 사실을 거론하며 “오바마가 민주당 후보가 되면 공화당이 이 문제를 물고 늘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오바마 후보의 마약 복용은 스스로 자서전에서 밝혀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하지만 이 발언이 보도된 뒤 힐러리 후보는 직접 오바마 후보에게 다가가 “캠프의 본의가 아니었다”고 사과했고 샤힌 씨는 금주 초 캠프에서 물러났다.

A 교수는 “네거티브에 앞장섰다는 인식을 받게 되면 불리하다는 분위기 때문에 미국에선 캠프가 나서지 않고 언론에 몰래 제보하는데 한국은 다른 것 같다”고 말했다.

싱크탱크 연구원인 B 씨는 “미국에서도 폭로가 많이 나오지만 이때 중요한 것은 증인의 신뢰도”라고 지적했다. 즉 폭로자의 사회적 신뢰도가 떨어질 경우 설령 내용이 사실로 보이더라도 영향력을 발휘하기 힘들다는 것.

그는 “미국의 후보 검증은 종합적이어서 후보들이 성인이 된 후의 행적, 국민의 기본 의무는 다했는지, 사회 이슈에 대한 관점이 표변하지는 않았는지, 자서전 내용은 진실인지 등을 하나하나 다 따져본다”고 말했다.

대형 로펌의 C 변호사는 “미국에서도 형사소추기관의 결정에 시위를 벌이며 불복하는 사례가 있지만 이는 대부분 인종차별 같은 보편적 인권문제의 경우”라며 “화이트칼라 형사사건을 놓고 불복 논란이 벌어진 것은 독특한 현상”이라고 말했다.

스탠퍼드대 D 교수는 “정책 공방이 예전보다도 훨씬 사라진 것 아니냐”고 되물었다.

이기홍 워싱턴 특파원 sechep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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