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박명식]‘우리말 색 이름’ 쉽고 예뻐요

  • 입력 2007년 12월 20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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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정된 색의 느낌은 시선의 각도, 거리, 피사체에 투영되는 조도에 따라 변화한다. 가을 잎 떨어뜨린 감나무에 드문드문 매달린 홍시가 더 짙은 분홍색으로 보이는 것은 파란 하늘색과의 대비와 관계가 있다. 최근에는 미국 국립보건원 등에서 시작된 오색(五色) 과일 섭취법(five a day)이 인기다. 사람이 구사할 수 있는 색 이름은 무채색인 하양, 회색, 검정을 포함해 대략 30개 미만이라 한다. 실제 유채색인 빨강 노랑 파랑 초록 보라 갈색 자주 분홍의 기본색의 경우 비교적 색감이 정확하지만 채도와 명도가 중간색인 연한 주황색, 황갈색, 진한 회갈색을 인지하기는 쉽지 않다.

그만큼 색상에 관한 한 표준적인 참고가 필요하다. 우리의 표준 색 체계는 삼원색인 빨강 파랑 노랑 등 15가지를 바탕으로 한 계통색과 관용색으로 이뤄져 있다. 2005년 산업자원부 산하 기술표준원은 혼란했던 표준 관용색을 40년 만에 손질해 국가규격(KS)으로 완성했다. 먼저 일본식 표현과 연상이 어려운 금적 연단 감청색 올드로즈 꼭뚜서니색 등 67가지는 표준 관용색에서 제외됐다. 그 대신 동식물 이름 등에서 따온 루비 사과 키위 자두 토마토 석류 진주 노른자 멜론 병아리 연지 딸기 바나나 수박색처럼 어린이도 쉽게 연상할 수 있는 색과 우리의 전통색인 선홍색과 다홍색등 42개 색이 추가됐다.

인종차별 논란을 빚어 온 살색도 살구색으로 바뀌었다. 하지만 일상생활 속에서 여전히 외래어 색 표현이 마구 쓰인다. 홈쇼핑 의류 채널만 보더라도 라이트 그레이, 카키, 파스텔, 인디언핑크, 스카이블루, 네이비, 와인 등 온통 외래어 색 표현 일색이다. 이로 인해 교육현장과 산업현장에서 벌어지는 혼란상도 심각하다. 기술표준원은 우리말 색 이름의 국가 표준규격(KS)이 생산현장과 교육현장, 실생활 곳곳에서 올바르게 자리 잡도록 노력해야 한다.

박명식 시인·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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