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최창봉]‘등급제 혼란’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니…

  • 입력 2007년 12월 12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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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험생과 학부모들이 헌법소원과 행정소송을 준비하는 등 대학수학능력시험에 대한 불만이 높지만 교육 당국이 무성의한 대응으로 일관해 사태를 악화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교육인적자원부과 한국교육과정평가원 홈페이지 등에는 등급제의 문제점과 등급 구분 원점수 공개를 요구하는 글이 쏟아지고 있다.

그러나 평가원은 ‘원점수는 공개하지 않습니다’라는 짤막한 답변이나 ‘OMR 카드를 확인하려면 직접 찾아오라’는 요지의 답변만 홈페이지에 올려놓았다.

기자가 10일 오후 5시 수능 채점 과정과 채점의 정확성을 검증하는 절차에 대해 질의하자 평가원은 “해당 자료를 공개하려면 평가원장의 결재가 필요하니 기다려 달라”고 답했다.

그러나 4시간 만에 보내온 e메일의 답변 내용은 단 6줄에 불과해 기자를 허탈하게 했다. 시험부터 성적표 배부까지의 일정과 함께 채점과정은 ‘1단계-답안지 점검(이송된 답안지 개봉 후), 2단계-컴퓨터에 의한 답안지 판독, 3단계-성적 출력 확인’이라고 적힌 것이 전부였다.

답안지 및 성적의 정확성을 검증하는 과정과 검증방식에 대해서는 “복잡한 컴퓨터 프로그램을 잘 알지 못하니 답변할 수가 없다”고만 밝혔다.

교육부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대학지원국장은 11일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대학이 내신을 무력화하고 수능 위주 전형에 집착해 현장이 어려운 것”이라며 되레 대학들을 비판했다.

수능 등급제 도입을 주도한 열린우리당 출신 대통합민주신당 의원들은 책임을 회피하거나 언급조차 하지 않고 있다.

정봉주 의원은 국회 교육위원으로서 국정감사 등을 통해 교육부를 강하게 압박하며 5등급제, 7등급제로 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 정 의원 측은 “등급제 도입 당시 한 등급을 10∼20%까지 두거나 1등급을 7%로 올리자고 주장한 것은 수능보다 학교생활기록부에 기재된 학생의 특징과 특기를 보고 선발하자는 취지였다”며 “등급제 갈등의 근본 원인은 이런 취지를 무시하고 수능의 영향력을 키운 일부 대학 때문”이라고 강변하고 있다.

모두 책임을 회피하고 있지만 평등주의 ‘코드’만 앞세워 무리하게 도입한 수능 등급제의 최대 피해자는 결국 수험생과 학부모다. 이런 책임 회피를 막기 위해서라도 명실상부한 ‘정책실명제’를 꼭 도입해야 한다.

최창봉 교육생활부 cer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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