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이 영]커 가는 정부, 작아지는 한국

  • 입력 2007년 11월 30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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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싱크탱크 케이토연구소의 소장 윌리엄 니스캐넌은 1971년 자신의 저서 ‘관료와 대의민주주의 정부’에서 “정부 관료는 국민의 희망을 달성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과 자신의 부서가 누리는 특권과 예산을 극대화하려고 노력한다”고 주장했다. 거의 모든 시기, 거의 모든 국가에서 이러한 관료와 정부의 팽창 성향이 관찰되며 적절한 재정 규율이 작동하지 않으면 정부의 예산과 인력, 규제는 쉽게 과도해진다. 이런 일이 우리나라에서도 지난 10여 년간 벌어졌다.

재정팽창률 OECD 국가중 1위

자유기업원은 1994∼2005년에 한국의 연간 재정팽창률이 11.4%로 관련 통계가 있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6개 회원국 가운데 1위였다는 보고서를 25일 발표했다. 재정팽창률이 1등일 뿐 아니라 재정팽창률에서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을 뺀 ‘실질’ 재정팽창률도 3.2%로 1등이었다. 한국과 반대로 조사 대상 26개국 중 21개 국가에서 ‘실질’ 재정팽창률은 마이너스였다. 성공 사례로 자주 언급되는 핀란드와 아일랜드는 각각 ―2.3%와 ―2.5%를 기록했다.

‘시장의 활력은 존중하면서도 할 일은 제대로 하는 정부’라는 철학을 지닌 참여정부 아래서 예산, 인력, 규제 권한을 확대하려는 관료의 내재적인 성향은 실현됐다. 예산이 빠르게 증가했을 뿐 아니라 공무원 인력도 2003년 초에 비해 10.1%(5만8206명) 증가했다. 정부의 규제도 2002년 7723건에서 2006년 8083건으로 증가했다(대한상공회의소). 정부 지출의 빠른 증가로 정부의 씀씀이를 보여 주는 관리대상수지가 매년 1%가량의 적자를 보이면서 국가 부채도 빠르게 증가했다.

공무원과 예산이 늘어도 제대로만 하면 시장은 활력을 가질 수 있다고 기대하기는 어렵다. 늘어난 공무원은 자신의 할 일을 찾을 것이고, 이런 할 일은 규제라는 모습을 띠게 된다. 할 일을 만들어 내는 정부하에서는 시장의 활력이 존중되고 실현되기 어렵다.

나라 살림도 가계 살림과 크게 다르지 않다. 어떤 가정이 수입보다 더 많이 지출하고, 돈을 미래를 위한 투자가 아닌 다른 곳에만 사용했다고 하자. 이 가정의 미래는 어떠할 것인가? 가정은 빚더미에 올라앉고 빚을 갚을 능력도 점점 약화돼 결국은 파산하고 말 것이다.

정부가 세입보다 더 많이 지출한다면, 그리고 지출의 초점이 나라의 생산능력 배양에서 멀어진다면 결국 나라는 활력을 잃고 국민의 생활은 피폐해진다. 우리는 선진국 문턱에 이르렀던 필리핀과 아르헨티나가 인기영합주의에 빠져 국가 재정을 방만하게 운용하다가 결국은 후진국으로 역주행한 모습을 분명히 보았다.

역주행 멈추고 규율 찾아야

정부는 예산과 인력이 여전히 다른 선진국에 비해 작다고 항변한다. 하지만 이런 주장은 대부분의 경우 단순 비교에 의존해 근거가 미약하다. 더욱이 우리나라 정부의 예산과 인력 증가 ‘속도’는 너무 빠르다. 빠르게 확대하다 보면 시행착오를 겪고 예산과 인력이 낭비된다. 한번 확대된 정부의 예산과 인력을 다시 감소시키기는 매우 어렵다. 사회와 경제가 발전해 감에 따라 정부가 해야 할 일이 증가해 정부의 예산과 인력을 늘리는 것이 필요하지만 신중하고 점진적으로 조정해야 한다.

대다수의 선진국은 정부의 크기를 줄이고 있다. 세계적 추세와 반대 방향으로, 그것도 빠른 속도로 우리 정부는 움직이고 있다. 흐트러진 재정 규율을 되찾아야 한다. 이미 제정된 국가재정법을 제대로 실행하는 것이 그 출발점이 될 것이다.

이 영 한양대 교수·경제금융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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